비싼 취향 Thoughts

얼마전까지만해도 상당히 짠 씀씀이를 가진 나는 (물론 써야할 데도 절대로 쓰지 않는 구두쇠는 아니었지만... 예를 들면 별다방 커피 한 잔에 벌벌 떠는...) 외식시 별도로 음료수를 주문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보통 탄산음료가 한 3000원 돈이니 아무리 무제한리필이라도 선듯선듯 시킬 수 없었다.

취직을 해서도 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아서 주로 물을 마셨는데 (수돗물이 대부분... 사실 캐나다 수돗물은 마셔도 되기에...) 그러다 날씨도 춥고 몸도 으슬으슬하면 뜨거운 물에 레몬 웨지를 하나 달라는 (역시나 공짜 ㅡㅡ;;) 그 정도로만 발전했었다.  직딩이 된지 얼마 안되어서 부사장 급의 보스와 같이 출장을 나가 보스와 같이 밥을 먹게 될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보스는 San Pellegrino라는 이태리 미네랄 탄산수를 시켰었다.  난 속으로 도대체 돈을 많이 벌면 저런게 시켜지게 될까? 그렇게 생각되었는데 dam군 역시 San Pellegrino 광... -_- 

처음에 같이 밥먹기 시작하고는 (뭐 데이트라고 생각해면 될 듯) 맨날 이 물을 시키는데 병 하나에 5000원 돈이니 난 영 껄끄러웠다.  나중에 알고보니 집에서 마시는 물도 맨 San Pellegrino... 슈퍼에서 사면 한 1500원돈에 750ml 한 병을 살 수는 있으나 그냥 병에 든 보통 물이나 아니 수돗물에 비해서는 훨씬 비싼 거 아닌가.  게다가 dam군은 물도 정말 많이 마셔서는 (내가 물먹는 하마 - drinking hipp라고 부르는데 '물먹는 하마'가 뭔지 모르니 농담이 통할리가 없다.) 돈 깨나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런데 자꾸 마셔보니 괜찮더라고... 아니 나도 서서히 중독되기 시작한 것...

사실 나는 물을 참 안마시는 편인데 (마셔야지 마셔야지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이 물만은 잘 마실 수 있더라고.  하루에 두 잔을 마실까 말까 하는 내가 두 병도 거뜬히 마셔지는 거다.  대단한 발전이다.

물 많이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이욧에도 중요...) 을 알면서도 잘 안마셨었는데 비싼 물이라서 그런지 잘 마셔진다.  음료수처럼 말이다.  처음엔 내가 너무 사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에 두 병해봤자 3000원... 별다방 커피 한 잔 값이고 술집에서 마시는 맥주 반 잔 값이다.  그래 서른 넘어 이정도 호강은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오늘도 마트에 가서 4병을 사들고 사무실로 왔다.  근데 이거 조심해야지 dam군한테 들키면 당장 적어도 2병은 뺏긴다. ㅡㅡ;;

술 반 잔 값에 건강해진다니 (너무 논리의 비약이 심하긴 하지만 ㅡㅡ) 이 정도 비싼 취향 이제는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나이도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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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a ss e r 2007/08/06 23:18 #

    2001년 배낭여행에서 처음 만나 실수로 구입했던 가스물(mit Kohlensäure; soda-water)은 이후 내게 즐거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맛을 보고, 어색함에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곤 하지만, 나는 너무나 그 물이 좋았고, 지금도 즐겨마시고 있다. 더운 날씨에 뚜껑이 열리며 나는 강한 파열음과 얇게 썬 레몬 한 조각을 띄워마시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 Apollinaris * Pfingsten 연휴 끝....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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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순이 감성로그 : 돈 벌어 돈 쓰기... 2007-09-22 07:13:33 #

    ... 고 바겐을 찾았는데 dam군과 그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필요한 건 그때그때 사고 몇 백원 몇 천원 차이면 그냥 산다. 쇼핑을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탄산 생수가 마시고 싶으면 굳이 백원 정도 싸게 파는 마트에 가지 않고 그냥 편의점에 가서 산다. 물론 몇 백원 천원 단위까지 비교하고 싼 곳에서 가서 구입하는 분들께 그것 ... more

덧글

  • H.Moon 2007/08/04 07:41 # 삭제 답글

    이러다가 여기에 맛까지 들어간거, 예를 들면 chinotto 나, arancia rossa rossa 같은 것까지 손대기 시작하면.... 지갑 빵꾸납니다.

  • ALEX 2007/08/04 10:39 # 답글

    뭔지 모르지만 한번 마셔보고 싶군요!!
  • Sang 2007/08/04 10:59 # 답글

    전, 시작할뻔 하다가 얼른 그만뒀습니다. 좋긴좋은데, 학생이 감당할 만한 가격은 아니더군요..........라지만 사실은 그돈으로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 zjuroo 2007/08/06 23:17 # 삭제 답글

    저는 Apollinaris를 즐겨 마십니다. 수돗물도 마시지만, 주로 사 마셔요.
    오늘 물사러 수퍼마켓에 가는 날이네요. ^^
  • 우유과자 2007/08/08 13:38 # 답글

    서울에서는 이상하게 Perrier보다 S. Pellegrino가 싸서 S. Pellegrino쪽을..
  • 쿨짹 2007/08/10 01:30 # 답글

    H.Moon/ ㅡㅡ 혁상님께서 말씀하신 그것들 찾아봤는데 뭔지 잘 모르겠어요.
    ALEX/ 예~~~전에 일화생수라고 있었는데 그런 맛이에요. 음 페리에맛?
    Sang/ 흐흐 커피 비싸죠.
    쭈루씨/ 오~~ 그것도 가끔 본 거 같아요. 여기서 가장 찾기 쉬운 건 페리에... 그리고 산펠레그리뇨..
    우유과자/ 진짜루요? 여기선 페리에가 쫌 더 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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