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끝 Thoughts

참... 나도 참...

요즘 한창 고민이 많다.  (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어떤 류의 고민인지 아실테니 긴 설명은 패쓰~)

서른이 넘어서 본격적으로 고등학교 때 했던 고민들을 다시금 하게 된 것이다.  사실 20대 후반부터 해오기는 했지만 이제는 고민을 고만하고 결론을 내어서 다시금 추진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꽤 늦게 이민을 와서 나는 이민을 오자마자 대학입시를 준비해야했는데 말도 못하고 또 주위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그때 내가 중점적으로 들은 과목들은 수학, 물리, 화학 (이것들은 내가 좋아하고 또 잘 하니까...), 영어 (이건 필수라서 ㅡㅡ) 그리고 나머지 모든 시간은 미술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미술실에 남아 그림을 그렸고 말은 잘 못하지만 그림으로 통할 수 있는 반 친구들과 선생님께 감사했다.

공대 진학을 결정한 후 수학선생님께서 꽤 아쉬워하셨는데 (이분은 왜 아쉬워했는지 ㅡㅡ;; 나보고 수학과를 가라고 하셨는데... 그때도 거기 나와서 뭐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 수학과 참 안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대학 300 레벨 수학은 느무느무 어렵더라.  그때부터 '수학 잘하는 아이' 타이틀을 반납했다. ㅡㅡ;;) 그분보다 더 아쉬워하신 분이 바로 미술 선생님이셨다.  결국에는 나중에 건축과에 편입/외 대학원 진학을 하려고 생각한다 하시니 조금 안심하는 눈치셨는데 그렇게 12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미술쪽에서 완전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더군.

이민 1.5세 (말이 좋아 1.5세이지 아마도 1.3세라고 하는 편이 낫다 ㅡㅡ;;) 로서 언어도 어눌한데 그래도 최소한의 벌이가 보장되는 공대를 가자하는 심리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땐 정말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말도 못하면서 생활도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그래서 진학을 고민한 것이 11-12학년 때... 그리고 나중에 또 한 번이 대학교 3학년 때...
그리고 4학년 때 (대학원 입학원서 쓰면서...) 그리고 대학원 졸업하고...

그리고 취직해서 1년쫌 지나고... 그리고 1년 후에... 그리고 계속...

내가 특별히 다른 사람보다 고민이 많은 거 같기도 하지만 남들은 다 그러고 산다는 얘기를 아무리 들어도 내 귀에는 씨알도 안박히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깊어졌다.

한 3년 전쯤 나는 또다시 벽에 도달했을 때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를 다음단계로 계획하면 손해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이 학교를 가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적성을 것 같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평생만족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도 일찍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전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동생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서 내가 조금 더 좋은 학교 나와서 좀 더 출세를 하면 좀 더 뿌듯해하시지 않을까 하는 데에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1-2년 3년을 생각하고 지내보니 그게 내가 스스로 짐작해서 결정했던 것인지 아니면 엄마 아빠가 나에게 직접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런던여행은 엄마도 아빠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다.  (물론 ㅡㅡ 비용은 내가 다 부담 ㅠㅜ)  런던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방해없이 했는지...  그리고 돌아와서 나를 잘 아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서 결론에 좀 더 도달하게 되었지만 어떻게 엄마 아빠께 얘기를 해야하는지 잘 몰랐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엔 난 그분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반대로 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엇그제 엄마한테 간략의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다.  결론은 없는 내가 요즘에는 이런이런 생각을 한다는 내용.
어제는 아빠한테 말씀을 드렸다.  아빠가 '너 요즘 원서 준비는 잘 하니?'
'저 그게요...  사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로 시작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펼쳐 놓기 시작했는데 웬만큼 마무리가 될 때 즈음에 환하게 변한 아빠의 얼굴이 나를 좀 놀래켰다.  아빠는 '그래 잘 생각했다.  네가 네 자리를 찾아가는 거 같구나.  여태까지는 좀 흔들흔들 위태위태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네가 발란스를 찾은 거 같구나...'하시는 거였다.

여태까지는 위태위태한 나를 보아오시면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라 생각하셔서 그냥 지지를 해주신 것이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그분들께는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계셨지만 내가 그 길을 스스로 찾을 때까지 기다리신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내 30대에 맞는 첫 혼돈의 시기 1단락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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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7/09/11 00:3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이리스 2007/09/11 00:41 # 답글

    부모님께서 든든한 힘이 되어주시는군요! 혼돈을 넘어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
  • 에린지움 2007/09/11 00:41 # 답글

    혼돈을 잘 정리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도 요즘 뭘 해야 할까 혼돈스러웠는데 슬슬 가야할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 쿨짹 2007/09/11 01:06 # 답글

    비공개/ 하핫 감사합니다. ^^ 흐흐 이렇게 빨리...
    아이리스/ 감사합니다. 진정으로 기뻐해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에린지움/ 에린지움님은 아직 ㅡㅡ 어리셔서... 시간이 좀 더 있으실 거 같은데요. ^^ 가야할 길이 보이신다니 축하드려여.
  • mummy 2007/09/11 09:42 # 답글

    혼돈뒤에는 평화가 오는겁니까??
    평화의 나날을 만끽하세요..
  • 쿨짹 2007/09/12 01:22 # 답글

    mummy/ 그렇죠. 평화의 나날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니 만끽하렵니다~~
  • 2007/09/12 19:1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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