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척하는 아이 Daily Life

지난 주말은 그저그랬다.  연휴였던 것을 빼고나면 정말 그냥그랬던 주말이다.

터키 세일을 노리고 휘슬러에 가자고 두어달 전부터 벼르던 dam군은 우리가 휘슬러로 떠나기 전날인 금요일 저녁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사표 쓸 거야.'

엥?  웬 사표?
물론 한 두 어달 전부터 이런저런 인사부 이동이 있었던 관계로 그다지 해피하지 않았던 dam군이었던 건 알지만 한 곳에 2년 이상 머물러 있지 않으면 이력에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누누히 얘기했던 dam군이라 더 놀랐다.  사실인 즉 직위는 승진에다가 전혀 다른 직무를 맡아야하는 데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결정적으로는 연봉도 오르지 않았다는 게 dam군의 이유이다.  물론 그 외에 많은 작은 이유들이 있지만 어쨌든 지난 주에 그렇게 발끈.. dam군은 사표를 결정했다.

사표를 쓰기로 해서 왜 휘슬러 여행에 무리가 있었냐... 하면 캐나다에 얼마 더 있을 작정으로 스키를 구입하러 간 거였는데 사표를 쓴다니 3-4개월 후에 어디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짐만 늘게 스키를 산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비오는데 차를 끌고 가긴 갔다.  휘슬러에서도 비가 온 토요일..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엉덩이 무거운 dam군을 끌고 다녀야하는 게 내 임무라 생각했는데 그러다 결국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dam군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원래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는데) 그렇게 피자를 시켜먹고 그렇게 여행을 마감했다.  아픈 dam군에게 난 이렇게 고생(?)해서 멀리까지 왔는데 하나도 재미 없게, 놀지도 못했다고 입이 쀼루퉁 나오도록 삐졌었다.  얼마나 아이같은가.  dam군이 생일 선물로 예쁜 걸 사주겠다고 해서 내 삐짐은 풀어졌다.  물론 난 그다지 삐진 것도 아니었고 dam군이 아프다고 해서 걱정도 되어 이것저것 수발을 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삐진척 했을 때 풀어주려는 dam군은 사랑스럽다.

일요일에는 그 다음날 한국에 가시는 아빠가 계신 집에 갔다.  동생 때문에 이것저것 걱정이 많으신데 참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생각한 건 dam군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까.. 였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어떻게 말씀드려야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친구에게 어떻게해야하냐고 물었더니 예전엔 어떻게 했냐고 하더라... 글세.. 그렇게 오래된 기억은 잘 안난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엄마 아빠는 내 남자친구들은 하나도 만난적도 없고 내가 누굴 만난다는 것도 모르셨으니....

내 나이 서른 둘... 아직도 이런 작은 일들로 마음졸이고 고민해야하다니... 나 아마도 어른인척 어른놀이를 하는 겉늙은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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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학주니 2007/10/10 13:18 # 삭제 답글

    어른인척 어른놀이를 하는 사람이 하나둘은 아닐겁니다.
    저 역시 그러는걸요
  • 귀차니스트 2007/10/10 13:50 # 답글

    터기 못먹었습니다. T_T
    제가 요리를 하기때문에 귀찮아서리.... 대신 감자탕 해먹었습니다. 더 맛있는것 같군요.. 쿨짹님은 드셨나요?... 근데 터키는 왠지 생김새때문에.. -.,-;;
  • 쿨짹 2007/10/12 05:22 # 답글

    학주니/ 그렇군요. ^^ 히...
    귀차니스트/ 흐 저도 못먹었어요. ㅠㅜ 근데 감자탕이 더 부러운데요 진짜. 더 맛있다는 데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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