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 새로운 발견 I am ?

전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콘서트마스터가 내 동창이었다니...

그것도 사실 앙숙 라이벌 관계의 그였다니... 새로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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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3년 9월이었다.  당시 고 2였던 나는 내 뜻에 어긋나는 이민을 캐나다의 소도시로 가게 되었는데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가게 된 학교는 빅토리아에 있는 한 고등학교였다.  고2 고3에 해당되는 11, 12학년들만 다니는 Senior Secondary였는데 규모는 작지 않아서 꼭 단과대학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한국에서도 숫자놀이 좀 했던 나는 말(영어)은 못해도 수학, 미적분, 물리, 화학에서는 꽤 대단한 성과를 얻었는데 이것이 소문소문 알려져 학구파 사이에서는 꽤 인지도를 얻었다.  여기는 한국처럼 누군가 대외나 대내적으로 상을 받아올 때마다 줄 수 있는 (조회와 같은 개념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Award Ceremony가 있는 날이 있는데 내가 이민온지 딱 10개월만에 (그러니까 내가 11학년 마칠 때쯤) 처음 가본 Award Ceremony에서 우리 학년에서 가장 높은 성적으로 11학년을 마친 두 사람이 나와 위에 있는 바로 그 친구였다 (뭐냐 트로피에 나란히 이름까지 새겼었다는...).  나는 그 외로 상을 대여섯 개 더 받았는데 (ㅡㅡ;; 가끔 이렇게 자랑도 좀 하고...) 주로 대외적인 수학 경시대회, 물리 화학 경시대회 상들이었고 그는 아마도 음악에 대한 더 높고 희귀한 상들을 받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와 내가 같이 듣는 (수학은 언제나 내가 앞섰었기 때문에 같이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같은 경시대회를 보면 내가 언제나 더 높은 성적을 받았다) 화학과 물리에서는 언제나 나와 그의 성적을 비교하는 이들로 분주했다.  시험 결과가 나올 때마다 '넌 몇 점이야?  조나단은 몇 점이라더라...' 

물 건너온지 얼마 안되는 (이런 사람들을 속된말로 F.O.B라고 한다... Fresh off the boat라고...) 나 같은 아이가 초중때부터 학업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천재적 재능을 가진 아이랑 비교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실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졸업하는 해의 시상식에서는 그가 나보다 성적이 좀 더 좋아서 (ㅡㅡ;; 영어 때문에... 걔는 영어도 무척 잘했다규...) 최우수로 졸업을 했지만 그래도 그와 비교되는 2년이 내게는 참... 어떤 면으로는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이 애한테 벗어나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 게으른 내가 그래도 학업에 좀 집중할 수 있는 어떤 동기부여가 되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졸업하는 해의 시상식에서 난 전교 2등상? ㅡㅡ;; 이외에도 잡다한 상들을 많이 탔는데 이 친구에 비하면 영 초라한 거라...

결국엔 1995년 9월, 나는 밴쿠버에 있는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이란 대학에서 음악/수학 (수학은 내가 이 친구보다 잘했는데 말이지...)을 복수전공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바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MSO)에 조인하고.  지금 얘기지만 난 나보다 똑똑한 남자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래서 난 이 친구에게 사실 크러쉬(짝사랑)가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들었고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예전에도 한 두어번 쓴 거 같지만 이 친구는 키도 크고 금발에 파란눈에 피부는 하얗고 볼은 핑크빛의 딱 윌리엄왕자 스타일인데 성격이 사실 좀 괴팍해서 (좀 잘난척하는 스타일이었음) 말도 잘 못하고 어리버리해보이는 그래서 착해보이는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_- 말 못하면 바보가 되는 건 사실...) 내게 응원 부대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조나단은 잘난척하니 네가 꼭 걔보다 잘해야되...'하는 어떤 그런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던 친구들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내 숫적 능력은 (그림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좀 인정 받았지만 이 친구의 음악에 대한 업적에 비교함 새발에 낀 때의 눈콥만큼도 안될듯...) 존재감 없을 수 있었던 내 이민 첫 2년간의 삶에 존재감을 팍팍 불어넣어줬고 멀리 밴쿠버에까지도 '빅토리아의 천재소녀'라는 명성을 안겨다주었다 (사실 이것도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뻔뻔하게 얘기하지 안그랬으면 못하지 ㅡㅡ;;).  (흑 근데 몽거님이 나 바버라니 ㅠㅜ)

그때는 영어가 워낙에 짧아서리 (내 영어는 대학가서 눈이 파란 친구들과 연애하며 늘었다) 뭔가 당차고 똘똘하게 (지금같이 영어했으면... ) 인텔리전트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었는데 말이 영 안되니... 수업에 관계된 얘기 외에는 전혀 한 얘기가 없었던듯...

지금은 콘서트마스터를 마치고 맥길 대학의 교수(윗사진: 맥길 홈피에서 퍼왔음)가 되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난 12년 동안 가끔 궁금해하던 몇 안되는 친구중 하나인 이 친구를 오늘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 (VSO) 2007/2008 시즌 팜플렛을 보는데 발견한 것이다.  여전히 미소년... ㅡㅡ 짜식... 조금 더 선이 굵어지고 남자다워진듯.. 근데 이 건방진 표정은 뭐지 (오른쪽: 팜플렛에서)?  그 잘난척 하던 성격은 좀 바뀌었을까?

12-13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맥길 대학의 그 친구 웹페이지까지 가서 이메일을 보내볼까 살짝 망설이다 말았다는 (하기사 보내서 답장 오면 뭐 어쩔 건데?    움.. 친구하지? ㅡㅡ;; 그땐 못했으니까... ㅋ)

좀 있으면 밴쿠버에 연주하러 오는데... 보러갈까?

+ 갑자기 이 친구 이렇게 잘 나갈 동안 난 뭐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ㅡㅡ;;  난 아직 일개 회사의 회/사/원이 아닌가?  아직도 내 열정을 쏟을만한 걸 못찾아 이렇게 헤매고 있는데... 칫 키도 크고 외모도 되고... 이거 불공평하잖아 ㅠㅜ...

+ 하긴 난 이 친구보다 월등히 한국말을 잘하지... ㅡㅡ;; (응???     .................................. 이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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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HIRDTYPE 2007/10/25 08:29 # 삭제 답글

    세상은 불공평해... (그래도 저런 놈에게 숨겨진 무언가 더 있을거야... 일단 성격이 좋아보이지는 않는군 ㅎㅎ)
  • 쿨짹 2007/10/25 08:33 # 답글

    음.. 고딩때도 성격이 좋지 않았으니 ㅡㅡ 지금은 좀 좋아졌으려나 모르겠네... 저넘은 그때 내가 원하던 차도 갖고 있었지... 난 면허도 없었는데 말이지...
  • zesty 2007/10/25 08:53 # 삭제 답글

    이렇게 살면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 뭐 그런거같아요 .
    제 초딩때 짝지가 미국으로 이민갔는데 예일대졸업하고 잘먹고 잘산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왜 그렇게 배가아플까요 흑흑
  • 쿨짹 2007/10/25 09:00 # 답글

    zesty/ 흐 어느 대학을 나와서.. 는 사실 뭐.. 그다지 대단한 게 아니니 그다지 부러워하실 거 없으실듯합니다. :)
  • 학주니 2007/10/25 09:05 # 삭제 답글

    음냐.. 왠지 염장글 + 왜이리도 부러운지.. T.T
  • 고이고이 2007/10/25 09:16 # 삭제 답글

    이건 모 혼자 부러워하시지 남들도 다부러워하고 있습니다
  • 쿨짹 2007/10/25 09:16 # 답글

    학주니/ ㅡㅡ 도대체 어디가 염장글이란 말씀이십니까요? ㅠㅜ
  • 쿨짹 2007/10/25 09:16 # 답글

    고이고이/ 혼자만 부러워하면 지는 거에요 ㅋㅋㅋ
  • 2007/10/25 09:1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windwish 2007/10/25 09:18 # 답글

    아, 동접입니다. ^^
  • 쿨짹 2007/10/25 09:19 # 답글

    windwish/ 흐 동접이 뭔가 헤맸습니다. ㅋㅋㅋ 지금 접속하고 계시는군요.. 방가방가~~
  • 쿨짹 2007/10/25 09:20 # 답글

    비공개/ 흐흐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군요... 전 이 친구가 제가 절대로 범접할 수 있는 그런 분야에서 잘 나가고 있고 이런 친구랑 라이벌 관계였다는 게 사실 기분 좋아요. 만약에 미술 분야에서 이 친구가 이렇게 잘 나갔으면 엄청 시기했을 거에요... 그 분야는 나도 미련을 갖는 분야라.. ㅠㅜ 사람 마음 참 몰라요 ㅋㅋ
  • 치열한Y군 2007/10/25 12:37 # 답글

    큰 그릇은 늦게 찬다구요.. ^^; (왠지 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한듯..oTL)
  • object 2007/10/25 14:50 # 답글

    케빈은 13살 보는 것 같네요.
  • hansulder 2007/10/25 15:12 # 답글

    앗!! 알고보니.. 쿨짹님은 대단한 사람??? 깔끔한 블로그네요..^^
  • 블루 2007/10/25 16:24 # 답글

    흠... 제 동창 중에는 유명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
    다들 나처럼 사나봐요. 으흐흐흐
  • 자유 2007/10/25 18:36 # 삭제 답글

    전교 2등이라니... (ㅠㅠ) 반에서 2등도 못 해 본 저로서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걸요? :) 그나저나, 수학 잘 하신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숫자 울렁증이 있어서 말이죠.
  • 작은인장 2007/10/27 04:37 # 삭제 답글

    히~
    예전에 쿨짹님이 이 사람 이야기하던 것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쿨짹님이 이 사람을 나쁜 X 몰아붙이듯이 말씀하셨었는데.... 그게 짝사랑에 대한 반대급부였다니...ㅋㅋㅋ
    잘 지내냐고 메일한번 보내보세요. 혹시 알아요 S석으로 티켓이라도 보내줄지...^^
  • 자그니 2007/10/27 13:01 # 답글

    짝사랑에 대한 반대급부...로 굳어지는 건가요. 으흠-
  • 2007/10/29 11:2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hskay 2007/10/29 17:57 # 답글

    순정만화 스토리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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