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함 그리고 어리석음... Thoughts

[30D: 포커스가 안맞았는데 나름대로....  종로 3가 근처... 인생에도 지도가 있고 방향이 적혀져 있어 내 갈길이 어디다 하면 찾아 갈 수 있게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그러면 재미 없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후훗...]
 
우리는 매일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스누즈를 누를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어떤 곳에서 일을 하는가 어떤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가 등등...
 
누구에게나 여러개의 '오늘'로 이어지는 인생은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선택은 더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시간이라는 게 또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고의 선택을 위해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인 거다.
 
내 블로그에 종종 등장하는 s양을 며칠 전에 만났다.
s양 답지 않게 풀이 죽은 모습이라니....  (풀이 죽은 가장 큰 이유는 꽃미남인 - 데이트하던 사이?? -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친구가 덴마크로 취직을 해서 이사를 가게 된 것이기도 한데 그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그녀는 우리 사무실에서 3년 정도를 일을 하다가 작년 여름 갑자기 멀티미디어 예술을 해보겠다고 퇴사를 하고는 학교로 돌아갔다.  그림 사진 따위의 창작활동은 초중고등학교 때도 별로 해본적이 없는 그녀 꽤 유명한 Vancouver Film School의 1년짜리 Foundation Course를 시작하게 된다.
 
갖 졸업한 고딩들이 바글바글한 그 곳에서 s양은 회춘함을 느낀다.  종교적인 집안에서 상당히 온실의 잡초(엥?? ㅡㅡ)처럼 자라온 그녀에게 그런 자유분방한 환경은 새로움과 설레임을 가져다줬다.  Foundation 프로그램은 어떤 전공 없이 그 학교에서 가르치는 전 과목을 다 조금조금 맛배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그다지 진지하지 않고 재미있게 시작했던 것인데 프로그램이 마무리가 될 수록 선생들이나 주위에서도 점점 한 가지 전공을 골라야한다는 그런 압박감을 주나보다.  나와 동년배인 s양은 학교로 돌아간 걸 후회는 하지 않지만 점점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게다가 그래픽 스튜디오에서 자원봉사를 좀 했는데 생각보다 멋있지 않다고 했다. 
 
그런거다.  그녀는 현실의 단면을 보게 된 거다.  당연하지... 1-2년 그래픽 소프트웨어 배워서 바로 3D 애니메이션 기획에 제작에 참여할 줄 알았나?  처음엔 다 노가다로 시작하는 거다.  그 바닥이 그런거 아닌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많이 필요 없는 거다.  한 가지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려는 데에는 엄청 많은 일벌들이 필요하지... 타고난 또는 자신의 끊임 없는 노력으로 키워낸 (아니면 둘다) 재능이 없다면 그냥 그런 일벌 중 하나로 끝나게 되는 거다.
 
그녀는 왜 그걸 몰랐나?  아니면 알았지만 외면했던 것인가?
 
그러더니 갑자기 서치엔진 옵티마이제이션을 배우겠다고 한다.  엥???  웬 서치엔진 옵티마이제이션...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컴맹이다.  난 학교에서 그런거 배우지 않지 않느냐 되물었다.  그랬더니 내 말이 맞단다.  그래서 물었다.  다른 거 많은데 어쩌다 그 토픽을 배우고 싶게 되었냐고...  그랬더니 구직란에서 보고는 어떤 일인지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하나 빌려다 봤는데 재미있을 거 같더란다.  난 또 같은 염려가 되었다.  조금 더 알게 되면 그녀 다시 다른 출구를 찾아서 도망갈텐데...
 
난 서치엔진 옵티마이제이션이고 웹디자인이고 애니메이션이고 그 바닥을 잘 모른다.  하지만 모든 바닥은 다 비슷한 바닥인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바닥의 일도 글래머러스한 면만 있는 게 아닌 거다.  어디서나 나보다 더 잘나고 뛰어난 놈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놈들과 경쟁해야하기 마련이고 타고난 재능이 좀 더 떨어지면 좀 더 빡세게 노력해야하기 마련인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즉 남의 지휘 아래가 아닌) 좀 더 화려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재벌가라 돈이 받쳐주면 어느정도 커버될 수는 있다.  창조하는 데 돈 쓰고 돈 안벌고 그래도 괜찮으면 뭐...) 그런 지위까지 오르기엔 많은 노력과 성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기에 능력있고 재능있고 멋진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냥 설렁설렁 일해서 그곳에 도달한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것들이 머리에 스쳤지만 난 얘기하지 않았다.  대강 운은 띄워봤지만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 같아서.  계속 그렇게 searching만 하다가 s양... 절대로 본인의 자리에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리고는 또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되면 안되겠다하고.  그리고 감사한다.  덕분에 한 번 더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대책 없이) 마음을 따라 학교로 돌아간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했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며칠 전에 본 그녀가 내게는 용감한 1인이라기 보다는 어리석은 1인으로 보여졌다.  용감함와 어리석음... 그렇게 종이 한 장 차이었구나....

+ 그녀가 그렇게 서칭을 하면서 행복하다면 사실 어리석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꿈을 꾸는 자는 아름답고 먹지 않아도 배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 안에서 답답해하고 불행해한다면 어리석은 게 아닐까... 난 어리석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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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jeeling님의 글 - [2008년 1월 31일, 목요일] 2008-02-01 09:17: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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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ules 2008/02/01 08:19 # 답글

    앗, 아침부터 좋은 글을 보고 갑니다. 저도 늦은 나이에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중이라 생각이 많아요. 말씀처럼 남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데 사실 그게 잘 안돼요. 나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나보다 앞서간다고 생각하면 괜스레 화도나고 말이죠.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목표가 있고, 느리지만 꾸물대면서도 앞으로 나가고 있으니까 언제가는 목표의 70%는 이룰 수 있겠죠. ^_^ 어쨌든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쿨짹님께서도 파이팅하세요. ^_^
  • 빨빤 2008/02/01 10:10 # 삭제 답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저만 해도 그랬었구요. ^^: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하고 관리를 하다보면 너무 이상주의적인 면으로만 일에 대해 접근하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그럴때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은 대기업에서도 불가능하다. 대신 노력하면 그 이상에 가까워질수는 있다" 라는 현실을 말해주면 충격먹죠.
  • alex 2008/02/01 13:33 # 답글

    글을 읽는 제가 답답하네요. 모든걸 때려치고 학교로 돌아갔을때는 자기자신이 확신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다들 부러워했겠지요. 저도 요즘 자꾸 회사 때려치고 싶은데.. 나이가 먹은겐지 사실 쉽진 않네요....
  • 골빈해커 2008/02/01 16:14 # 삭제 답글

    저러다가 나중에 자신이 정말로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도 있겠죠.
    ...대부분은 안그렇겠지만.. ^^;
  • 언더독 2008/02/01 16:20 # 삭제 답글

    쿨짹님. 오늘 무쟈게 공감하는 말쌈 팍팍 하신다. 감동 그 자체 입니다요.
  • 사은 2008/02/01 18:50 # 답글

    정말 공감가요. 특히 마지막에 덧붙이신 + 말씀. 분명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하고 맞는 걸 찾으려 하고 꿈쫓아 달리는 건 참 좋은 일인데, 그러면서 방황만 하고 힘들어만 하게 된다면 안되는 것 같아요.
    어디서든, 지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가 가능하면 행복할 수 있을텐데요. 무슨 일을 하던 간에. :)
  • 카린 2008/02/01 20:48 # 답글

    온실의 화초가 아니고 잡초이군요 ^^;;;
    제가 아직 직업 갖고 일하는 게 아니라서 뭐라고 첨언할 게 없네요...
    어느 밝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한 많은 어두운 부분이 있는거지요...
    빙산을 예로 들면 될까요? -_-a 그런 식인거죠...
  • 쿨짹 2008/02/02 09:56 # 답글

    jules/ 우왕 공부하시는군요. 저도 항상 100을 향하려 노력해요. 그럼 70-80은 도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론 20-30을 얻지 못한다는 데 좌절하지 않기로 약속하구요. ^^
    빨빤/ 그렇죠. 종종 현실은 충격적이에요. ㅠㅜ
    alex/ 뭐 전 그다지 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곧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죠. 애가 점점 더 헤매는 거 같아서요.
    골빈해커/ 그래도 찾았으면 좋겠네요. 좋은 친구거든요. ^^
    언더독/ ㅎㅎ 감동 그 자체라시니 황송하옵니다.
    사은/ 그럼요. 사은님도 화이팅입니다. 우리 모두 다 화이팅~
    카린/ ㅋㅋㅋ 카린군은 아직 좀 더 방황해도 좋을 나이. :)
  • 혈견화 2008/02/04 05:00 # 답글

    확실히 어떤 전공이건, 어떤 분야건 간에,
    캐노가다를 하지 않고서는 올라갈수가 없지용.
    하지만 뭔가 새로운 길이 확 보이는 듯 하면 혹하는게 사람 심리긴 합니다만,

    인생에 그런 지름길이나 왕도따위 있을리가 없죵.

    결국 듣도 보도 못한 잡지식과 새로운 것들에 허덕이면서
    돈과 시간을 펑펑 날리고 늦게서야 다시 캐노가다로 돌아와서 헐떡대다 보면
    전에 같이 캐노다가 하던 애들은 벌써 노가다 끝내고 올라가 있죵.

    원래 인생은 그런것.
  • 쿨짹 2008/02/05 02:30 # 답글

    혈견화/ 트랙백 거신 포스팅 잘 읽었어요. 원래 인생은 그런거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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