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중요한 것들 Working Life


나는 6년차 엔지니어이다. 그 전에 대학원을 다닐 때 Teaching Assistant (TA), Research Assistant (RA) 등의 업이 있었지만 그건 지금처럼 기업환경에서 일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내가 졸업하고 다닌 두 번째 회사이고, 포츈지 (Fortune Magazine)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베스트 100 회사 중 하나로, 또 가장 존경받는 회사로도 몇 년 째 뽑히고 있는 미국회사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꼭 회사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배우게 된 몇 가지를 나누려 한다.
아무리 전체적으로 좋은 회사이고 존경받는 회사라도, 사원들이 회사에게 맹목적인 충성심을 바랄 수는 없다. 회사도, 또 그에 소속되어있는 사원도 그 관계가 쌍방(2-way)임을 알아야한다. 사원은 단지 사원일 뿐이다. 샐러리맨으로 괜시리 혼자 회사의 운명을 지고 가는듯 오바하는 식의 책임감을 갖을 필요는 없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다른 회사와의 기회를 알아보는 데에 있어서 가끔 죄책감을 느끼는 동료나 후배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거다. 만약, 더 좋은 기회,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이 있다면 선택여지는 본인에게 달린 거다. 지금 있는 회사를 떠나던지, 지금 있는 회사와 딜 (deal)을 하는 것이다. 이건 회사차원에서도 이득이 되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좋은 인력이 필요한 이 시기에,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뒷떨어지는 대우를 해주면 새로운 인재들에게 매력있는 선택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사무실에 투덜이 한 두 명은 꼭 있다. 그들은 어쩌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업무도, 연봉도, 작업환경도, 다 마음에 안든다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왜 이직하지 않는가? 그들이 떠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본인도 다른 회사에서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식으로 이직하지 않는 자체를 회사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장하는 직장인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기업적 차원에서도, 동료들 차원에서도 별로 도움이 될 수 없다. 비관적인 투덜이들은 그 주위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내에서 누구와 잘 알고 지내며, 또 누구와 친하게 지내냐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멘토나, 뒷담화를 같이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동료는 건강한 직장 생활에 필수 조건이다.

많은 회사들이 높고 곧은 수직구조로 되어있는데, 나처럼 종종 상대방의 직위에 상관 없이 입바른 소리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잘 맞는 구조가 아니다. 다시 말해, 내가 모든 것을 다 이해해야하는 것은 아닐 지라도, 내가 내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업무를 왜 해야하는 지, 상관한테 물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 겠지만, 궁금하면 물을 수 있어야한다. 특히 여럿이 같이 일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나와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거나, 서로의 이해가 다를 수 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직위/직함은, 누가 누구보다 높고 낮음을 얘기하는 잣대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또 회사들도, 그리고 그에 속한 사원들도 이해해야하는 것은, 다른 지위는 구조 속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가르킨다는 것이다. 특히 부서가 다를 때는 더 그렇다. 경력 15년인 프로젝트 회계사와 경력 5년인 엔지니어는 서로 상하 관계가 없는 거다. 하지만 종종 긴 경력으로 다른 역할을 맡은 손아래 동료에게 보스 행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감수할만한 딱 한 가지를 요즘 깨달았다. 좋은 직속상관이다. 수 년을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물론 수십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온 분들 앞에서는 조금 쑥스럽지만), 요즘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건, 같이 일하는 직속상관이 어떤 사람이냐에 대한 중요성이다.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하냐하면, 담당 업무가 무엇이냐보다, 연봉이 얼마나 높냐보다, 더욱 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만약 같은 상관 아래서 일하는 사람이 여럿이고 맘이 맞는 그룹이어서 그 여럿이서 뒷담도 까고 나름 일을 잘 해나아갈 수 있다면 괜찮겠다. 그런 동기들이 없더라도, 물론 페이가 높다면 어느 정도 감수는 되겠지만, 그것도 단기간일뿐이지 장기간 그런식으로 버티는 건 정신건강에 해롭다.
가장 이상적인 보스는,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일에 대해 아주 존경할만한 가치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멘토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좋은 멘토가 되려면 꼭 강한 카리스마가 될 필요는 없지만 소프트한 카리스마라도 사람을 끄는 어떤 알파가 필요한 법이다.

멘토까지는 아니라도, 어리석은 보스를 두면 참 고달프게된다. 같은 직장 안에서 직속상관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니까.
결론적으로, 아무리 회사 자체가 건전한 기업정신이 바탕되어있다고 해도, 상사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결코 즐거운 직장생활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요즘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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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회사를 만들어 가기위해 필요한것은? 2008/04/17 13:46 #

    정말 신바람 나는 직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 필요한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1. 직원들 입장에서 할수 있는것들... 2. 회사에서 해줄수 있는것들... 이렇게 구분을 지어서 적어주셔도 좋구요, 그냥 적어주셔도 좋아요~ :) 여러분들의 경험담, 혹은 아이디어들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혹시 압니까? 제가 음악 무료 감상권이라도 보내드릴지..^^ 컬러링이나, 벨소리로 한방 쏴드릴수도 있습니다. ㅎㅎ 날씨가 정말 ...... more

덧글

  • 쿨짹 2008/04/16 05:50 # 답글

    사실 예전에 올렸던 글들을 짜집기해서 다시 올린 것.. ㅡㅡ; 그냥 그렇다구요~~
  • 오스카 2008/04/16 06:53 # 삭제 답글

    코드(?) 정도라도 맞는 직속 상관이 있다면, 왠만큼 짜증나는 회사 일은 덮어 둘 수 있죠. 제가 최근 몇 년간 그랬는데... 다음 달에 팀장이 바뀝니다. 평소에 겁나 재수없던 녀석으로... --;;
  • 쿨짹 2008/04/16 07:45 # 답글

    오스카/ 맞아요. 코드맞는 직속상관이 있으면 웬만한 게 다 용서되죠. 겁자 재수없는 녀석으로 바뀐다니 ㅠㅜ 애도를 표합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 mira 2008/04/16 10:01 # 답글

    저는 제 직속 상관이 멘토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지금 회사를 옮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 직속상관때문이기도 하죠..
  • 2008/04/16 10:10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거 2008/04/16 15:48 # 삭제 답글

    이런 책이 있답니다.
    http://tinyurl.com/5rxatp
  • 쿨짹 2008/04/17 00:38 # 답글

    mira/ 그렇군요. 역시 멘토가 되는 직속상관이 있느냐 없느냐가 딜메이커/딜브레이커가 되는 거에요.
    비공개/ ㅡㅡ 그러게 어쩌냐... 에휴.. 나도 답답하다.
    아거/ 필독도서군요. ㅡㅡ;;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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