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nfound님에서 발견한 후 며칠 후에 아마존.ca에서 주문해서는 며칠 후에 받아 몇 장을 읽었다. 사실 페르시안계인 dam군을 위해서 구입한 책인데, dam군이 아직 내가 그 전에 사준 책을 마치지 않아 내가 읽으려고 시작했었다. 옆에서 내가 읽는 걸 지켜보던 dam군은 내가 잠시 손을 놓았을 때 책을 집어 들고는 순식간에 완독해 버렸다.dam군의 감상은 간단했다.
1. she's weird.
2. she did a lot of drugs.
3. (he confirmed that) it was really that horrible.
dam군의 부모님께서는 미국 유학생으로 만나 결혼을 하고는 삼남매를 미국에서 낳으셨다. (dam군은 막내) 태어나고 한 1년이 지나서 미국에서 다시 이란으로 돌아갔는데 dam군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이슬람 레볼루션이 일어나 1981년도에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내가 페르세폴리스란 (그림)책에 급관심을 갖게 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dam군은 영국으로 이민 간 후에 이란으로 다시 돌아가본 적이 없고 (그의 부모님들은 매년 한 두 번씩 이란을 방문하시지만) 페르시안언어를 일상회화 수준으로 구사하기는 하나 깊은 역사라던지 정치적 변화라던지, 깊히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잘 얘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궁금했었다 (어쩌면 그리 밝지 않은 스토리들이라 얘기를 잘 안하려는지도...) 어쨌든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는 오늘 드디어 책을 집어들고는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자서전적 그림책인 페르세폴리스의 주인공인 마르잔은 dam군과 비슷한 나이이다. 책속의 내용처럼 dam군도 70년대 후반의 변화를 어렴풋이 기억한다고 했다. 여자의 체모는 남자들을 성적으로 흥분시킨다는 이유로 히잡, 차도 등등의 베일을 착용하는 것이 필수가되었으며, 남녀 공학이던 초등학교에서 어느날 갑자기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옮기던 날을 기억한다고 했다.

마르잔은 1984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가는데 그 후 4년 동안 많은 일을 겪게 된다. 대마초, 애시드, 악덕 자취방 주인, 길거리 생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하며 감히 이해할 수 있다 얘기하고 싶다. dam군도 영국에서 보낸 80년대는 마르잔의 오스트리아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maybe a bit low key?).
어떤 이유에서든, 친숙함을 떠나고 외국에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나도 경험했드시)이니까.
하지만 그녀와 dam군이 겪은 80년대와 내가 캐나다로 이민온 90년대는 얼마나 다를까?
책에서 보니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이란의 국경이 닫혔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나다닐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dam군에게 물었다. 81년에 어떻게 영국으로 이민갈 수 있었느냐고. 마르잔의 아버지처럼 (물론 마르잔네 부모님은 계속 이란생활을 하셨지만) dam군의 아버지도 엔지니어라서 영국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다른 이란사람들처럼 혁명을 겪으면서 많은 재산들을 몰수당한 후였단다. 미국에서 이란으로 돌아간 dam군네 가족은 혁명 전에 풍요로운 삶을 누리다 별로 가진 것 없이 영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dam군은 미국시민권자라 이란에서 미국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그러기에 영어는 문제 없었지만 미국식 영어를 하는 자존심 강한 페르시안 꼬마의 영국생활은 순탄할 리가 없었다. 많은 놀림을 당했고, 많은 싸움이 있었고, 그렇게 dam군은 영국에서 자랐다고 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dam군의 얼굴에선 그런 싸움들에서 얻은 작은 흉터(scar)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캐릭터는 할머니다. 언제나 높고 밝은 마음 (high spirited person)으로 마르잔의 삶에 (또 책을 읽는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 마르잔, 그녀 본인에 대한 스토리가 얼마나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슬람혁명에 대한 얘기는 사실에 가까웠다고 한다 (dam군이...).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 배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이유의 전쟁이라도, 옳지 않다는 것. 백만명 이상의 사라진 인생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영향을 받은 수 백만, 아니 수 천만명의 사람들이 얘기해주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80년대도 얼마나 혼란스러웠는가. 아니 우리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2000년대를 겪고 있지 않는가.
dam군이 얘기하기를 이란에서는 여전히 음악과 술과 춤 등이 불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활달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런면은 한국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페르시안들이라 공식적으로는 절대적인 이슬람의 삶을 살지만 밤이 되고 비공개적 공간에서는 누구 못지 않게 마시고 즐길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런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하게 한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런 험한 시기에 dam군의 가족이 영국으로 이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난 20-30년간을 돌아봤을 때 이란에서처럼 이웃나라의 폭탄이나 미사일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진 freedom of speech등 인간의 기본적 권리들이 정부에 의해 억압받았다는 부분등에서, 남의 얘기가 아니라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페르세폴리스 1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 새만화책
나의 점수 : ★★★★
어린시절
페르세폴리스 2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 새만화책
나의 점수 : ★★★★
학창시절


덧글
2008/05/25 14:3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천재소녀 2008/05/25 17:01 # 답글
전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봤는데 엄청 좋았어요.
nina 2008/05/25 17:25 # 답글
저도 최근 애니메이션 보고 왔는데,흑... 스크린에서 맘고생+몸고생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심란하고 괴로운 영화관람이었죠. (x_x);;
dam군께서는 남자분이시니, 어쩌면 오히려 쿨짹님보다 공감이 어려울지도 몰라요.
첫비행 2008/05/25 18:27 # 답글
1권 사고나서, 오매불망 2권 기다리다가 나온 거 알고 저도 얼마 전 바로 구해서 봤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오히려 1권보다 2권이 더 심적으로 읽기가 힘들더라구요.
수유 2008/05/25 18:41 # 답글
서울에선 이 영화 꽤 인기있습니다^^ 전 아직 보지못햇지만..
hisha 2008/05/25 22:27 # 답글
애니메이션,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 많아요. 상도 많이 탔고...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에도 노미네이트 되었죠 :) 기회되면 두 분 같이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2008/05/26 15: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쿨짹 2008/05/28 07:54 # 답글
비공개/ 흐 dam군은 자기가 페르시안 고냥이라면서 그렇게 산다죠 ㅋ천재소녀/ 저도 보고 시퍼용. ㅠㅜ
nina/ 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남자였으니 덜 힘들었을 수도.
첫비행/ 불어로는 4권까지 나왔다더군요. 근데 불어는 전혀 못하니 ㅠㅜ
수유/ 흐 저도 보고 싶어요
hisha/ 흐 멋지드만요. 웹사이트는 구경했어요.
비공개/ :) 몸 사리는 중이시군요. 페르시아라는 나라 참 매력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