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주 세 잔을 4시간에 걸쳐 마시고는 길거리에 뻗은 사람이 나다.
내 춤동작은 두 돌이 안된 아이의 그것보다도 어설프고 말이다.
가수가 되고 싶으셨던 아빠를 조금 닮아 노래는 아주아주 조금 하는데, 영 유행을 못따라가다보니 그것도 시원찮다.
나이트는 몇 번 가봤으나 갈 때마다 재미 없다 친구들에게 불평불만이었는 데다가, 마지막으로 가본 게 아마도 2000년에 아리조나에서였던 거 같다. 사실 잘 기억도 안난다.
잡기엔 젬병이다. 난 카드 놀이도 잘 못하고 당구도 못치고 비디오 게임도 못한다. 그렇다고 잘하는 운동이 있느냐도 아니다. 운동 신경도 없고 잔머리도 없다.
그래도 남들보다 좀 했다는 건 공부다. 이 얼마나 재미 없는 사람인가?
사실 공부도 잘 했다고 하긴 그렇다. 벼락치기 실력이 좀 남달랐다면 모를까.
반항하던 10대에 했던 가장 강도 높았던 반항은 이민 오기 바로 전, 어느 일요일에 생각 좀 하게 어린이 대공원에 가고 싶다고 엄마한테 얘기했던 게 아닐까 한다. 물론 엄마는 생각을 집에서 하면 되지 뭔 어린이 대공원까지 가서 하냐 하시며 반대하셨고 난 아마 어린이 대공원을 못갔었지. 뭐 이 정도가 반항이냐 한다면 더 심한 (아니 덜 심한) 얘기도 있다. 내 베프인 m양은 중학교 다닐때 신발 끈 안묶기로 반항했었다고 한다. 이유는 묻지 말자. 그녀도 모르더라.
아 참 피어싱이 있다. 난 왼쪽 귀에 귀걸이 구멍을 네 개나 뚫었는데 워낙에나 소심한 귀걸이들만 달아서 그런지 아무도 모른다. 물론 한 귀에 피어싱 네 개가 대단한 수치는 아니지만, 우리 엄마아빠께는 대단한 수치였다. 난 그렇게 반항했다.
그래도 20대에는 밤 늦게까지 나가서 그 다음날 회사에서 졸거나 아니면 아예 점심시간에 밥안먹고 낮잠을 자버리더라도 놀곤 했었다. 물론 대단하게 논 것도 없지만 말이다. 사실 난 어떻게 노는 건지 잘 모르는 거 같다. 그냥 맘 맞는 사람들 몇 만나서 차 마시고, 아니면 와인 한두 잔 (두 잔이면 치사량이니 ㅡㅡ) 맛있는 요리를 해먹던지 아니면 가서 먹던지, 그렇게 수다떨고 노는 걸 좋아한다. 아니면 혼자 다니는 거? 언제나 같이 다닐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다녀 버릇해서 그런지 이제는 혼자 다니는 게 더 편할 때도 많다.
20대에도 제대로 노는 법을 몰랐는데 30대라고 달라질리 없다. 그냥 가끔 영화나 보러가고 밥이나 먹으러 가고 책이나 보고 음악이나 듣고 글 그림을 끄적인다. 별 버닝하는 취미도 없다. 뭔가에 버닝하고 싶긴 한데 뭐 딱 나를 버닝하게 하는 오브젝트가 나타나지 않으니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끄적였다. 역시 마우스로 그리는 건 힘들다. 지금은 사무실이기에 타블렛도 없고 만만한 소프트웨어도 없다. 윈도우 페인트를 열고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심술난듯한 표정의 아이가 나왔다. 블로깅 초반, 스노우캣이 뭔지도 모를 때 이웃 블로거께서 쿨짹님을 보면 스노우캣이 생각나요.. 하셨다. 내가 완전 스노우캣이라나. (그때도 혼자놀기의 달인이었나보다.) 고양이 얘기하니 또 생각나는 게, 고등학교 때 별명이 란마 고양이었다. ㅡㅡ;; 란마1 1/2에 고양이가 나오는데 닮았다나? 후훗...
어쨌든 나는 고양이인가보다. (냐옹~)
고양이도 재미 없는 고양이...
근데 사실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냥 원래 나는 재미 없는 인격체인가보다... 하고 사는 거지.
오늘은 퇴근하고 뭐 해먹을까 생각하고 있다. 후훗...


덧글
kristine 2008/07/04 09:04 # 답글
저도 나이트나 그런것 잡무 한번도 안해봤어요. 트랙백할게요.
하늘처럼™ 2008/07/04 09:22 # 답글
음.. 저도 비슷한데 재미없는 사람이 맞는거죠? ^^누가 저더러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하나도 재밌지 않은데 말이지요..
Lohengrin 2008/07/04 09:57 # 답글
블로깅이라는 멋진 취미를 가지고 계시는데 왜 재미 없다고 하시나요? ^^노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죠. 저도 술 먹고 나이트 가서 노는 거는 별로 안 좋아 하지만, 여러가지로 잘 놉니다. 그냥 자신이 만족하고 살면 되는거죠 뭐.
하느니삽 2008/07/04 11:34 # 답글
글쓰기를 잡기라고 하기는 좀 뭐시기 할 수도 있겠지만 잼나게 잘 쓰시는 것 같은데요.
Krang 2008/07/04 13:27 # 삭제 답글
글 재밌게 잘봤습니다.저랑 비슷하시네요 ㅎㅎ
2008/07/04 14:4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마르슬랭 2008/07/04 16:53 # 답글
저도 맨날 그러고 살아요. 일부러 클럽도 가고, 사람들 만나고, 뭔가 모임에 참석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요; 재미있는 사람 되려고요. 뭐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클럽을 가도 모임을 가도 혼자 잘 논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중학교때 별명이 혼자서도 잘해요 였어요 (혹시 아시나요 아침에 하던 애기들 프로그램;;)
사은 2008/07/05 05:07 # 답글
누굴 만날 때 남들이 재밌다고 하는 일을 안 한대도 같이 만나는 사람이 재밌으면 되게 재밌고 좋잖아요. 긍까 하려는 말은, 언니는 재미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재밌는 활동을 안 하셔도 되는게 아닐까 하는?? ^.^
각혈염통 2008/07/05 19:29 # 답글
그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서 밋밋한게 재미 없다고 투덜거립니다. 어쩌라고...
도트 2008/07/05 22:54 # 삭제 답글
남 얘기가 아니네요. 저도 재미없기로 또래들 사이에서 이름이…(쿨럭).
PETER 2008/07/06 00:46 # 답글
이게 미투데이였다면 전 metoo를 했을거에요 :)
네오아담 2008/07/06 09:34 # 답글
저도 뭔가 불타오름(?)과는 거리가 좀 있네요. 쉬고 노는 방법이 남들과 다른거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08/07/07 10:09 # 답글
저보다 훨씬 재미있으신것같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