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거가 된 이야기
[이미지: 코넬대]

주위의 대학생들을 보면 3학년 즈음 되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으 종종 보게 된다. 나도 3학년 때부터 대학원 갈 생각을 해서, 거의 준비하지 못하고, 막판에 급준비 해서 3 군데에 원서를 넣었고, 마감일을 3개월이나 넘긴 학교를 제외한 두 곳에서 입학허가가 나왔다.

간단히 배경을 얘기하자면,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근거가 있는 얘기는 아니었으나) 4학년 때 Senior Advisor였던 교수님께서 미국으로 대학원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자, 캐나디언으로 미국학교에 가는 건 유학생이 되는 것이니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 쪽으로 지원하는 편이 펀딩 (일종의 장학금)을 받는 게 더 쉬울 거라는 얘기였다.

난 어떤 브랜드 네임보다도 위치가 중요했기에, (그때는 UBC에서 3년 반을 마친 상태라, 비에 질려있었을 때)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사립 대학 두 군데 (Stanford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그리고 아이비리그 중 공대가 센 코넬, 다 합쳐 세 군데에 지원을 했다.

Stanford는 지원 마감일이 굉장히 빨라서, 어느 대학원을 갈까 (학교와 전공 모두를) 고민하며, 프로젝트들로 꽉찬 UBC 공대 4학년 스케쥴을 소화하는 와중 지원 마감일을 놓쳐버렸으나, 지원비를 버리는 셈으로 혹시나 해서 지원을 했었는데, 내년에 오셈~이라는 메일을 받고는 끝이 났다.

캐나다나 미국이나, 물론 유럽의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원을 해놓고 우편물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모른다. 우편물이 오면, 사실 크기를 보면 당락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이면, 미안~하다는 편지 한 장, 합격이면, 기숙사, 학생회, 선택한 과에 대한 팜플렛들이 다 오기에 두둑한 봉투가 온다) 그 봉투를 뜯을 때 얼마나 조마조마 한지. 그렇게 USC와 코넬에서 두툼한 봉지를 받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야하는 것인가.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USC의 장점은, 일단 밴쿠버와 가깝다는 것이었고, 맑은 날을 사랑하는 내게 딱 맞는 캘리포니아에 있었고, 로스엔젤레스라는 대도시 근처라 졸업하고 취직할 수 있는 회사가 부근에 많다는 것이었다. 뉴욕 업스테이트 이타카에 있는 코넬 대학의 장점은 아이비리그라 네임밸류가 있었고 (한번 아이비리거는 평생 아이비리거라는 말이 있다. Once Ivy Leaguer, Always Ivy Leaguer), 캐나다 서부인 빅토리아와 밴쿠버에만 살아왔던 내가 동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같이 일하고 싶었던 유명한 교수님이 계셨다는 거다.

하지만 UBC 공대의 빡센 커리큘럼에 지쳤던 나는 날씨 좋은 캘리포니아로 가면 좀 덜 힘든 학교 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USC로 결정을 했…. 지만 여전히 마음은 못잡은 상태였는데, 한국에서 컴퓨터 공학과 교수님을 하시는 사촌 형부께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안식년을 마치시고, 밴쿠버에 놀러오셨을 때 학교 문제로 상담을 하자, 바로 답을 해주셨다. ‘아직 어느 지도 교수와 같이 일하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면 학교 둘만 놓고는 아이비 리그를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하시는 바람에 동부로 결정이 났고, 난 그렇게 짐을 쌓고는 볼보 240를 몰고 대륙횡단을 하기로 결정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내가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했던 부분들은 대부분 환경에 관한 것들에다 대학의 유명도도 반영이 되었는데 (그렇다고 USC가 안좋은 학교라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난 USC 졸업생들을 몇 알고, 그들이 얼마나 모교를 자랑스러워하는 지도 알지만, 일단 공대 쪽으로는 코넬이 좀 더 나았다고 할까) 이건 결코 석박사 과정을 밟을 학교를 결정하는 데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거다. 근데 그때는 몰랐달까. 주위에서 얘기하기를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지도교수와 어떤 연구를 하게 되느냐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심하고 학점 관리에 바뻤던 내게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대학원 준비생들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당연하게 생각된다. 석박사 연구를 하게 되면, 어느 학교 소속이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느 교수 밑에서 지도를 받고 연구를 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는 정말로 몰랐다.

+ 밴쿠버 D모 주간지에 올라간 글인데요... ㅡㅡ;; 학교 이름 다 나오고.. 참 좀 그렇네요.  사진은 펌사진이구요.  (이쁘죵?)  제 컬럼이 사실 교육 섹션에 올라가다보니 계속 학교 얘기... 를 주로 쓰게 됩니다.  (안쓰면 그 다음주까지 계속 찔리더라구요. ㅡㅡ;;)
어쨌든...
+ 왜 교육/커리어 그런 테마는 없을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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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짹 | 2008/07/16 08:38 | Working Life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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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7/16 09: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온 at 2008/07/16 09:06
와~ 재밌어요! ^ ^
짧은 글이 아닌데도 금방 읽어버렸습니다.
다음 화(?)도 기대할게요~
Commented by ExtraD at 2008/07/16 09:43
아이비리그를 선택하신 덕분에 저와의 시공간을 초월한 인연이 만들어 지신 셈이네요. ^^

저도 스탠포드와 코넬에서 연구직 오퍼를 받았었죠. 코넬이 먼저 오퍼를 했고 억셉을 한 다음 스탠포드에서 오퍼를 했기 때문에 고민하진 않았지만요.
Commented by alex at 2008/07/16 10:54
어머, 아이비리거~ 쿨짹님 남자였다면 바로 작업들어갔을텐데.. 아쉽.
Commented by 꽃곰돌 at 2008/07/16 11:18
참 대학이란 게 순간의 선택들이 좌우하게 되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xmaskid at 2008/07/16 14:53
전 지도교수님이 코넬로 학교를 옮기시는 바람에 코넬 몇번 놀러갔었어요~ 캠퍼스가 언덕이 많아서 그렇지, 참 이쁘더라구요~ (전 평평한 중부에서 학교를 다녔거든요..ㅋ)
Commented by 쿨짹 at 2008/07/16 15:54
비공개/ ㅋ 쓰고 보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죄송해하지 마세요 ㅎㅎ
이온/ ㅋ 정말요? 감사합니다. 다음 회 써놓은 거 있으니 올려야겠네요. ^^
ExtraD/ 그러게요. 종종 이타카 사진을 보면 가보고 싶어져요. 사실 너무 이쁘잖아요. 핑거레이크 근처의 와이너리도 다시 찾고 싶어지고... 그때 친구들도 보고 싶어지고...
alex/ 흐흐 지금이라도... (퍽~)
꽃곰돌/ 그렇죠. 하지만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이라곤 할 수 없으니까 너무 목숨 걸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
xmaskid/ 오~ 그러셨군요. 캠퍼스 언덕이 많을 뿐만 아니라 뒤지게 넓어서요. ㅡㅡ;; 이쁘긴 이쁘죠. 날씨 좋을 때, 단풍들 때 특히... 히히
Commented by 마르슬랭 at 2008/07/16 16:56
학교가 너무 예뻐요~
Commented by 쿨짹 at 2008/07/17 01:52
마르슬랭/ 이쁘죠? 단풍 들면 더 이뻐요. ㅎㅎ 미국에서 제일 이쁜 캠퍼스 중 하나래요. :)
Commented at 2008/07/17 07: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라드 at 2008/07/17 14:10
대학원 고민중인데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ㅎㅎ 재밌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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