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면 Thoughts

대학생들이 대학원을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참 캐나다/미국에서의 경험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사정/상황과는 안맞을 수 있습니다. :) )

1. 전공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석박사 학위가 필요하다.
2. 학구파에 호기심이 넘쳐 연구를 하고 싶다.
3. 경기가 안좋아 취업이 힘들다.
4. 학사 받은 학교가 마음에 안들고 성적이 안좋아 학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5. 기타등등

물론 어떤 이유이든지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 이유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학원에 다니면서 잘못된 이유로 석박사과정을 밟는 친구들을 종종 봐왔고 그런 친구들에게 대학원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알기에 노파심에서 내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이유1. 만약 교수가 되고 싶다면 1번, 전공 분야에서도 특별히 더 전문화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1번이 타당한 이유가 된다. 나만해도 내가 전공한 구조공학사로 일을 하려면 대세가 석사학위는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대학원을 진학하게 된 이유 중 한 부분은 1번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석박사학위는 취직의 문을 더 좁게 한다. 당연한 이유로서 석박사 졸업생은 학사 졸업생들보다 더 높은 연봉을 원하지만 일반 회사의 대부분 직책이 학사만으로 충분한 직책들이기 때문에 고연봉을 원하는 석박사 졸업생들을 조금 꺼린다. 뿐만 아니라 석박사 졸업생들도 또 나름대로 일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기 때문에, 이런 취업을 감행하게 되면 곧 일에 회의와 불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같은 학사만 졸업하고 일터에 뛰어든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경력상) 앞서가는 걸 봤을 때 약간의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이유 2. 대학원을 지원한다면 이유 2가 가장 적절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연구의 길은 길고도 험할 뿐만 아니라 무척 외롭다.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문제를 풀고 있는 사람은 있겠지만) 같은 문제를 풀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본인 혼자뿐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고 같이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구란 참으로 고된 길이었다. 물론 내가 연구를 하게 된 건, 연구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를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하고 말이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 난 곧 깨달았다. 연구는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이 깨달음은 내가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것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석사학위는 멈출 수 없었다. 마칠 때까지 고고씽 하는 수 밖엔. 이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그 어떤 것/현상에 대한 어떤 알고 싶어하는 무궁무진한 집착이 있다면 당연 대학원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권한다. 나는 왜 대학원에 가려고 할까…

이유 3. 이 이유는 한국신문에서 많이 봤던 것 같다. 경기가 워낙에 안좋아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원(특히 석사 과정)은 미국, 캐나다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여기서는 석사 연구라도 상당히 심각하고 심오하게 받아들여진다. 박사연구와 다른 점이라곤 약간 더 제한된 scope이라는 것, 그래서 조금 더 짧은 시간에 마쳐야한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점들이 없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취업 경기가 너무 안좋아) 대학원 진학을 계획한다면, 본인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야를 선택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원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질 지도 모른다.

이유 4. 이런 경우는 한국에서도 캐나다, 미국에서도 많이 봐왔다. 학사시절 너무 탱자탱자하고 놀다가 막상 취업을 하려니 막막해서, 에잇 대학원이나 가자 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연구를 해야하는 석사과정을 지원하려면 3,4학년 성적이 꽤 좋아야 펀딩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형편이 넉넉해서 본인이 학비나 생활비를 댄다면 대학원 생활이 좀 편할지도 모른다.) MBA, 로스쿨 등등의 프로페셔널 학위는 사실 등록금 생활비를 다 펀딩 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학사때 그리고 시험 성적 (GMAT, LSAT 등)이 좋고 경력이 잘 받쳐주면 입학허가 받게 되는 걸로 오케이다.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건, 괴로운 대학원 생활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이유 5. 친구 중에 석사과정을 밟는 중 애인과 헤어지게 되어 급하게 박사과정 진학을 결정하게 된 친구가 있다. 그 외에도 집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중매결혼을 시켜버린다는 데에 반항하고자 석사를 결정하게 된 친구 등등이 있다.
대학원에 다니는 건 생각에 따라 쉽기도 어렵기도 하다. 난 참 어렵게 다닌 축에 속해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서는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루에 14시간 이상씩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발버둥치다 하루에 8-9시간만 일해도 된다니 너무너무 편하더라.

대학원은 투자다. 학사 졸업후에 일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몇 년을 버는 것 없이 보내는 것이니 기회비용이 적지 않다. 그러니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기회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하고 싶다.

+ 지난주 D모지 교육... ㅡㅡ;; 섹션에 실렸던... 좀 주제 넘은 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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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8/07/23 03:5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Sang 2008/07/23 04:29 # 답글

    4번의 이유로 요즘 GRE준비중인 1인으로....

    엄청 찔립니다(..........굳이 말하자면 1번의 이유도 1g쯤? 섞여 있지만 말입니다;)
  • 혈견화 2008/07/23 09:11 # 답글

    저는 나중에 매니져가 되어 고액연봉을 받가 위해 대학원 진학을 생각중이지요.
    사실 제 집에서는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가는걸 많이 바랬었답니다. (특히 어머니)
    하지만 사실 석사 따면 취직하기 더 어려운게 현실...
  • 그라드 2008/07/23 10:17 # 답글

    역시 이번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잘 읽고 갑니다 :)
  • Lohengrin 2008/07/23 11:46 # 답글

    저는 병특 때문에 .. 쿨럭. 하하 사실 근데 학부때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었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 jae-oo 2008/07/23 11:52 # 삭제 답글

    저는 1번때문에 GRE 준비중이네요.
    원하는 분야가 있긴한데, 그 문턱을 학사로 넘기에는 너무 높더군요.
    현실을 직시하고는 스펙을 올려야겠다고 맘먹고 회사도 때려치고 지금 공부중입니다.
    회사내에서도 3년을 공을들여 어느정도의 포지션을 얻긴했지만, 역시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 저에게 돌아오는 만족감이란 극히 미미하더군요.
    얘기가 길어지는데...
    나중에 트랙백 걸어서 한번 끄적여 볼게요~ ^^
  • 2008/07/23 13:30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1번혹은5번 2008/07/23 13:57 # 삭제 답글

    직업을 바꾸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고려중입니다. 학부전공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저는 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 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들어요 ^^

    고등학교때 언어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면 과학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면 외고나 과고로 진학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학에서는(학부에서는) 다른 분야 공부를 하고 싶어진다면 외고출신이 공대나 의대에 갈 수도 있는 것이고 과고출신이 법대나 상대에 갈 수도 충분히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다가 학부에서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 혹은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 대학원에서는 의학이나 법학 따위를 전공해서 직업은 그쪽으로 가지는...

    고등학교나 대학학부는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진학하는 순수한 곳으로 남겨 두는 것이 오히려 더 그야말로 '순수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네요.
  • 쿨짹 2008/07/24 07:42 # 답글

    비공개/ 웰컴빽... 후훗 나도 공부하겠다는 사람한테 무턱대고 해라는 절대로 못하겠더라구. 지금 생각하면 석사도 몰랐으니 했지 다시 하라 그럼 못할 거 같아 ㅠㅜ
    Sang/ ㅎㅎ 이유가 어떻근 본인이 믿고 행하면 장땡입니다. GRE 어려웠어요 ㅠㅜ
    혈견화/ 후훗 어떤 대학원을 생각하고 계시는 지 궁금하군요. 꼭 대학원을 나온다고 해서 고액연봉의 매니저가 되는 게 더 쉬우란 법은 없거든요.
    그라드/ ^^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Lohengrin/ 흐흐 병특... 좋은 이유죠~
    jae-oo/ 네 어떤 공부를 하시려는 지 궁금하네요. :)
    비공개/ 후훗 정말 다릅니다. 거기에 대해서 한 번 포스팅 해봐야겠어요. :)
    1번혹은5번/ 옷~ 그런 이유가 있었는데 제대로 글에서 얘기를 못했네요. 맞습니다. ㅡㅡ 저도 그렇게 묶여서 피해보고 있는 1인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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