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은 우리 윤 패밀리가 새로운 곳에서의 삶을 위해 이민 가방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지 1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993년 9월 1일… 15년 전의 일인데 아직도 얼마나 생생히 기억나는 지. 그때 고 2였던 나는 고작 친구들을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슬퍼하고 있었는데 두 틴에이저를 데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엄마, 아빠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상상도 못한다.
생각해보면 지난 15년 어떻게 지나갔는지 참 신기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대부분을 지내다 마지막 1년을 분당이라는 막 건설 시작하기 시작한 신도시에서 살다 온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 가족이 어느 날 태평양을 건너 남한의 2/3 의 크기에 달하지만 인구는 1/100도 채 안되는 밴쿠버 섬의 한 소도시 빅토리아에 착륙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했지.
그 해의 9월 1일은 캐나다 서부 특유의 화창하고 따스한, 하지만 그늘에서는 서늘한 그런 날씨 였다. 전에 본적 없는 그렇게나 작은 공항에 내리니, 처음 보는 분께서 마중을 나와 계셨지. 소도시 사람들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5일 후, 9월 6일, Mt. Douglas라는 Senior Secondary에 첫 등교를 했다. 한국의 고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풍경. 인상 좋으신 ESL 선생님과 간단히 상담을 하고 카운셀러를 만나 시간표를 짰다. 내가 고른 과목은 ESL, Art 11, Math 11, 그리고 Bio 11.
첫날 수업은 정말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당연한 것이었겠지. 항상 학교에선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였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알고 보니 Bio 시간에 숙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난 알아듣지 못해 당연히 해가지 못했고. 그런 상황을 처음 겪어 본 나는 (물론 그 후로 그런 상황이 셀 수 없이 많이 있었지만) 패닉상태에 돌입, 카운셀러를 만나 Bio대신 ESL을 한 시간 더 듣겠다고 했다.
ESL 수업에는 대만과 홍콩 출신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한 친구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다. ESL 반 친구들 중엔 캐나다에 온지 2-3년이 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혹시 나도 그렇게 오래 ESL에 머물러야하는 것인지 겁이 나더라. 11학년으로 캐나다의 학교생활을 시작한 나는 대학진학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민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바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영어와는 달리 다행이도 Math 11에서는 다른 상황이었다. 수식을 보면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문제 자체는 내가 중3때 풀었던 문제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카운셀러를 만나 Math 11을 같은 시간 대 였던 Math 12 Honours로 바꿨고, 거기서 부터 나는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었다.
한국에서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다녔던 나이기에 수학은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캐나다에 와서 수학을 잘한다는 게 ‘나’라는 학생에게 ‘존재감’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지 그때는 몰랐다.
영어가 안되어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수학이라면 자신 있었고, 다른 친구들에게 수학 튜토링을 해주게 되면서 다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수학을 통해 캐나다라는 곳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좀 더 잘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노력한 결과 나는 후에 11-12학년 2년을 걸쳐, 학교에서 참가하는 모든 캐나다, 북미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첫 학기를 마무리하고, 11학년 2학기를 맞았다. 여전히 영어에는 자신이 없었어서, Calculus (AP Math I – 대학 수학의 Math 101과 같은 과정), Chem 11, Phys 11과 ESL을 듣기로 했다. English 11은 두 학기를 마친 후 Summer에 듣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한 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으라는 생각에서였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12학년이 되었고 대학 진학을 고민해야했다. 12학년 1학기에는 필수였던 Social Studies 11, AP Math II (대학 수학의 Math 102와 같은 과정), Chem 12, Phys 12를 듣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했던 과목은 Social Studies.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상식들을 전혀 몰랐던 나였기에 (예를 들자면, 캐나다의 주는 몇 개이고, 알버타의 수도는 어느 도시이고, BC 주 주지사의 이름은 무엇이고 하는 것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많이 노력해야한다는 걸 알았다.
12학년 2학기가 되어 대학가기 전 마지막학기가 되어 난 대학진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스탠포드에 다니는 아빠 친구분의 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스탠포드는 나의 로망이었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대학들을 지원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았고 (SAT 등등을 준비해야했으니) 토플을 봐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지막 학기엔 English 12를 해야했기에 학교 수업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한다는 걸 알았기에 난 토플만 보고 캐나다 대학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토플을 보고 UBC와 McGill 딱 두 곳에 지원을 했다. 두 곳에서 입학허가가 나왔지만 좀 더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UBC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이민온지 20개월 만에 난 11, 12학년 수업 전부를 A로 마치고, 미래의 UBC학생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열심히 살아온 (지금보다 15살이 어린) 내가 얼마나 뿌듯한지. 그렇게 나는 조금씩 캐나다 사회에 융화되기 시작했다.
+ 이번 주 D모 주간지에 실릴 초고입니다. 날려쓴 글 티 나는듯 ㅡㅡ;; 흙 죄송함당..
생각해보면 지난 15년 어떻게 지나갔는지 참 신기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대부분을 지내다 마지막 1년을 분당이라는 막 건설 시작하기 시작한 신도시에서 살다 온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한국인 가족이 어느 날 태평양을 건너 남한의 2/3 의 크기에 달하지만 인구는 1/100도 채 안되는 밴쿠버 섬의 한 소도시 빅토리아에 착륙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했지.
그 해의 9월 1일은 캐나다 서부 특유의 화창하고 따스한, 하지만 그늘에서는 서늘한 그런 날씨 였다. 전에 본적 없는 그렇게나 작은 공항에 내리니, 처음 보는 분께서 마중을 나와 계셨지. 소도시 사람들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5일 후, 9월 6일, Mt. Douglas라는 Senior Secondary에 첫 등교를 했다. 한국의 고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풍경. 인상 좋으신 ESL 선생님과 간단히 상담을 하고 카운셀러를 만나 시간표를 짰다. 내가 고른 과목은 ESL, Art 11, Math 11, 그리고 Bio 11.
첫날 수업은 정말 하나도 못알아 들었다. 당연한 것이었겠지. 항상 학교에선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나였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알고 보니 Bio 시간에 숙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난 알아듣지 못해 당연히 해가지 못했고. 그런 상황을 처음 겪어 본 나는 (물론 그 후로 그런 상황이 셀 수 없이 많이 있었지만) 패닉상태에 돌입, 카운셀러를 만나 Bio대신 ESL을 한 시간 더 듣겠다고 했다.
ESL 수업에는 대만과 홍콩 출신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한 친구와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가깝게 지내고 있다. ESL 반 친구들 중엔 캐나다에 온지 2-3년이 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혹시 나도 그렇게 오래 ESL에 머물러야하는 것인지 겁이 나더라. 11학년으로 캐나다의 학교생활을 시작한 나는 대학진학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민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바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영어와는 달리 다행이도 Math 11에서는 다른 상황이었다. 수식을 보면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문제 자체는 내가 중3때 풀었던 문제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카운셀러를 만나 Math 11을 같은 시간 대 였던 Math 12 Honours로 바꿨고, 거기서 부터 나는 수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었다.
한국에서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다녔던 나이기에 수학은 웬만큼 자신이 있었다. 캐나다에 와서 수학을 잘한다는 게 ‘나’라는 학생에게 ‘존재감’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는 지 그때는 몰랐다.
영어가 안되어 의사소통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수학이라면 자신 있었고, 다른 친구들에게 수학 튜토링을 해주게 되면서 다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수학을 통해 캐나다라는 곳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좀 더 잘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노력한 결과 나는 후에 11-12학년 2년을 걸쳐, 학교에서 참가하는 모든 캐나다, 북미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첫 학기를 마무리하고, 11학년 2학기를 맞았다. 여전히 영어에는 자신이 없었어서, Calculus (AP Math I – 대학 수학의 Math 101과 같은 과정), Chem 11, Phys 11과 ESL을 듣기로 했다. English 11은 두 학기를 마친 후 Summer에 듣기로 했는데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한 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으라는 생각에서였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12학년이 되었고 대학 진학을 고민해야했다. 12학년 1학기에는 필수였던 Social Studies 11, AP Math II (대학 수학의 Math 102와 같은 과정), Chem 12, Phys 12를 듣게 되었다. 이번 학기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했던 과목은 Social Studies. 대부분의 동급생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캐나다에 대한 상식들을 전혀 몰랐던 나였기에 (예를 들자면, 캐나다의 주는 몇 개이고, 알버타의 수도는 어느 도시이고, BC 주 주지사의 이름은 무엇이고 하는 것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많이 노력해야한다는 걸 알았다.
12학년 2학기가 되어 대학가기 전 마지막학기가 되어 난 대학진학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스탠포드에 다니는 아빠 친구분의 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스탠포드는 나의 로망이었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대학들을 지원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걸 알았고 (SAT 등등을 준비해야했으니) 토플을 봐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지막 학기엔 English 12를 해야했기에 학교 수업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한다는 걸 알았기에 난 토플만 보고 캐나다 대학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토플을 보고 UBC와 McGill 딱 두 곳에 지원을 했다. 두 곳에서 입학허가가 나왔지만 좀 더 많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UBC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이민온지 20개월 만에 난 11, 12학년 수업 전부를 A로 마치고, 미래의 UBC학생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열심히 살아온 (지금보다 15살이 어린) 내가 얼마나 뿌듯한지. 그렇게 나는 조금씩 캐나다 사회에 융화되기 시작했다.
+ 이번 주 D모 주간지에 실릴 초고입니다. 날려쓴 글 티 나는듯 ㅡㅡ;; 흙 죄송함당..


덧글
2008/09/03 06:40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08/09/03 06:5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하느니삽 2008/09/03 08:16 # 답글
고2 때 가셨으면 이민을 늦게 가신 편이군요. 그럼에도 잘 적응하셔서 그렇게 훌륭한 어른(?)이 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2008/09/03 08:4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conpanna 2008/09/03 09:10 # 삭제 답글
아이고, 읽는 제가 다 뿌듯해지네요!언니 멋지삼~
thirdtype 2008/09/03 09:18 # 삭제 답글
나처럼 수학 못하는 애는 이민 갔다면 인정 못받았을 것 같아 ㅎㅎ
댕글댕글파파 2008/09/03 09:54 # 삭제 답글
고생끝에 복이 있나니^_^
환상/HanSang 2008/09/03 10:50 # 삭제 답글
저도 써드타입 오빠랑 같은 생각 하고 있었다능... 언니 자랑스러워요!
골빈해커 2008/09/03 11:46 # 삭제 답글
^-^b
마르슬랭 2008/09/03 17:34 # 답글
한국하고는 교육 시스템도 많이 달라서 힘드셨을텐데 읽어보니 적응력이 뛰어나시군요! 15주년이시라니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사은 2008/09/03 17:34 # 답글
15주년, 와. 시간이란게 정말 빠른 거 같아요. 세보면 엄청 옛날인데 또 그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걸 보면 또 신기하고... 늘 생각하지만 대단하셔요 언니. :)
ㆍㅅㆍ 2008/09/03 19:46 # 답글
우와. ............시쳇말로 쩌네요. 동시에 밀려드는 위축감의 쓰나미. 1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치열한Y군 2008/09/04 00:42 # 답글
이렇게 돌아보는 포스팅도 쓰시고.. 멋지세요.저도 여기서는 나름대로 "숫자능력"이 큰 강점이 되더군요.
12년 더 열심히 살아보고 트랙백 포스팅 하나 쓰겠습니다! ^^
Hawon 2008/09/04 06:33 # 삭제 답글
너무 잘 기억하네요 >.< 난 내가 언제왔는지 조차 기억이 안나는데...
xavier 2008/09/04 15:04 # 삭제 답글
으아아악! 무섭게도 옛날생각 나는군요. 한 4개월만 더 있으면 어언 10년차...(1998년 12월 31일에 시카고 O'Hare에 떨어졌죠. 고1 마치자 마자.) ESL에서 썩을때 그 피말리는 느낌.....(꼭 바보가 된거 같았죠) 그래도 지나고 보니 그게 다 추억이네요. ㅋㅋㅋ
BlueCT 2008/09/04 21:31 # 답글
힘들었겠지만, 지나고 보면 참 훈늉한 기억들 뿐...멋쟁이다!!!
SvaraDeva 2008/09/06 13:13 # 답글
아악 너무 부러워요. 스스로가 대견스러우신 감동의 15년이시네요. 윤쿨짹님 뭔가 대단하세요. 어린시절 외국나가서 적응해가시는 분들 보면 참 대단해요.그러고보니 연세가 거의 비슷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