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주기의 어려움 Thoughts

어렸을 때도 선물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일까?  난 남에게 선물해주는 게 너무너무 어렵다.  어려서도 무슨 날이라고 해서 포장된 무언가를 받아본 적이라고 기억나는 건 딱 한 번... 내가 다섯 살 때ㅜ (그러니까 만 네 살이 겨우 넘었을 때) 동네 유치원 같은 미술학원을 다녔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무섭게 (???) 생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_-  품에 안겨서 찍힌 사진을 보면 무슨 에일리언에게 안겨있는듯한 표정의 다섯 살 짜리 꼬마를 볼 수 있다.  초절정 공포가 얼굴에... ㅠㅜ) 필통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색연필 필통 등의 문구류에 환장했던 나는 (물론 여전히 그렇다) 그때도 산타 할아버지가 어떻게 내가 필통을 원하는 지 아셨을까 무지 고민했었다.  그 나이에 필통이라니... ㅡㅡ;; 그때부터 나는 nerd였던가...  나중에 알게 된 건 엄마가 내가 필통을 원한다는 걸 아시고 사서 포장해서 전달하셨던 것.  그 필통 아직도 기억난다.  까만 플라스틱에 핑크색 바탕에 실버 색의 웨이브 헤어를 휘날리는 이쁜 언니 그림이 있는 뚜껑이 있는 필통이었지.  그거 버렸겠지?

어쨌든 그때를 빼고는 포장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얼트라 캡숑 실용주의자이신 아빠는 언제나 원하는 걸 얘기하라 그랬고 허가되는 범위 안에 들어가는 품목이면 별 다른 질문 없이 사주셨다.  물론 나나 동생은 분수 파악을 워낙 잘해서 아빠가 '안돼'라고 하실 거 같은 것들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고.

연애할 때도 그랬다.  난 이벤트에 약하고 이벤트를 해줘도 내가 보이는 반응이 별로라 옛 남친들도 한 두번 하곤 '다시는 안해도 되겠구나'하며 얼씨구나 그만둔다.  선물 교환도 언제나 '내가 갖고 싶은 거 니가 돈내고 니가 사고 싶은 건 내가 돈낼께...'하는 식의 초절정 드라이 연애.  

그래서 그런지 난 기대하지 않았던 아이템들을 선물로 받아본 적이 거의 없고 줘 본 적은 더더군다나 없다.  
근데 사실 어렵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이 어렵지만 편하게 생각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도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받으면 취향에 맞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기쁘기 때문이다.  물론 취향까지 맞춰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오늘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듯 때려 잡아 골라서 선물을 했다.  아직 받는 사람은 받지 못해서 반응은 잘 모르겠지만 음... 몇 번 취소를 할까 고민했었는데.  ㅡㅡ;; 뭐 아니면... 앤 생기뭔 줘라... 해야지.  아니면 나한테 다시 보내라 그래~

+ 한 달 후면 dam군 생일이다.  dam군은 정말정말 생일을 정말정말 싫어하지만 그래도 big x-0가 되는 생일인데... 도대체 뭘 사줘야하는 것인지.  예전에는 계속 공연 티켓이다 저녁이다 그렇게 때웠는데 시간이 좀 지나보니까 역시 선물은 주고 받는 게 있어야지 안그럼 나중에 아무도 기억을 못해 ㅠㅜ  dam군이 요즘 사겠다고 노래 부르는 건 플래티넘 Patek Philippe인데 ㅡㅡ 그건 너무 비싸거덩?  참 마사지 체어도 있었지... 그건 페텍의 1/10밖엔 안되지만 그것도 너무 비싸거덩~  왜케 취향이 비싼 거냐... ㅡㅡ;;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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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emilla 2008/11/13 12:35 # 답글

    저도 선물을 잘 못 골라요..
    그리고 선물 뭐 받고 싶냐고 물으면 대답도 잘 못하고요..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늘 그렇듯이 실용성 위주의 물물교환과..
    약간의 surprise를 섞게 될 듯...

    그런 의미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White Elephant gifts가 아닌가 싶어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선물교환은..
  • 쿨짹 2008/11/14 01:59 #

    ㅎㅎ 저도 그래요. 뭐 원해? 그럼... 대답을 잘 못한다는... 내가 사고 싶은 건 많은데 왜 그런지.. ㅠㅜ
  • lostnfound 2008/11/13 13:39 # 답글

    진짜 취향 어렵네.. ㅎㅎ good luck!
  • 쿨짹 2008/11/14 01:59 #

    그러니까.. ㅎㅎ 쌩유~
  • xmaskid 2008/11/13 14:26 # 답글

    난 딴건 잘 기억못하는데, 나한테 준 선물은 기억 잘 함^^ 올해는 아마 나한테 아이폰 사줄것 같아...ㅋㅋ
  • xmaskid 2008/11/13 22:43 #

    사실 이말은 주어가 생략되었는데, 내가 나한테 준 선물은 기억한다는 뜻이었어.ㅋㅋ 아이폰도 내가 나한테 줄 선물...ㅋ 남편한테 받은 선물은....음....한 5년간은 백화점에서 코트사줬던것 같고, 나에게도 깜짝선물은 전혀 없었다는...
  • 쿨짹 2008/11/14 02:00 #

    ㅋㅋ 언니 저도 저한테 아이폰 사주려구요. 흰 아이로... 늠 이쁘더라구요.
    깜짝 선물은 저도 거의 없... 얼마전에 런던 공항에서 사온 열쇠고리 패딩턴베어? 그거... 깜짝선물이었어요. ㅎㅎ
  • 2008/11/13 19:3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쿨짹 2008/11/14 02:00 #

    -_- 그러니까... 절대로 난 못사지... dam군도 못사게 하고 있음... 웬만한 BMW 한 대 값이니.. ㅠㅜ
  • 혈견화 2008/11/14 00:06 # 답글

    Never got birthday party or gift for 31 years...
    What is birthday present! Do I live in 3rd world? T.T
  • 쿨짹 2008/11/14 02:01 #

    ㅎㅎ :) 저도 파티는 딱 두번?
  • coffeejava 2008/11/14 02:00 # 답글

    음 좋은 선물이란...
    내가 돈 주고 사기에는 거시기 하지만 갖고 싶고
    필요하지만... 평소에 인지 하지 못한 선물을 받았을때 빅 감동을 받는거 같아요 ㅋㅋㅋ
  • 쿨짹 2008/11/14 02:04 #

    ㅎㅎ 그렇죠. 근데 그럴려면 그 사람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ㅎㅎ
  • coffeejava 2008/11/14 02:04 # 답글

    우와~ 거의 실시간 답변이네요^^
  • 쿨짹 2008/11/14 02:05 #

    ㅋㅋ 눼 지금 답글 다는 중이거든요 ㅋㅋㅋ
  • coffeejava 2008/11/14 02:06 # 답글

    ㅋㅋㅋ 재미 있어요! 계속 달면 혼날라나? ^^;;
  • 쿨짹 2008/11/14 02:22 #

    ㅋㅋ아뇨 혼내지는 않구요 대신 관심을 드립니다~~
  • Amours 2008/11/14 05:32 # 답글

    선물.. 그냥 뭐든 전 그냥 맘만으로 고맙던데ㅎㅎㅎ

    근데 쓸모없는걸 주면, '센스 없군' 이런 생각이 들긴하더라구요ㅎㅎㅎ
    특히, 여자라고 인형 사주는 사람 큰것도 아니고 작은 인형 사주는 사람은 센스없다는 생각밖엔ㅎㅎㅎㅎ

    전 차라리 제가 운동하니 아령이나, 혹은 먹을거 사주는게 좋더군요ㅎㅎ
  • 쿨짹 2008/11/15 07:19 #

    ㅎㅎ 그렇죠. 뭐 어때요. 좀 센스가 없어도 맘이 고마운거죠. ㅋㅋ
  • Amours 2008/11/15 23:54 #

    그렇죠!!ㅎㅎ

    동감합니다 ^^
  • Apocalipse 2008/11/14 19:14 # 답글

    저랑 제 친구들은 생일 선물 살 때 주로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그걸 사주는 쪽이라서 선물 살 때 고민해본 적은 없네요 ㅋㅅㅋ
  • 쿨짹 2008/11/15 07:20 #

    ㅎㅎ 저도 대부분 그런데 종종 그냥 사주고 싶을 때 있잖아요. :)
  • svara 2008/11/18 18:40 # 삭제 답글

    댐군은 열라부잔가보네요. 보는 안목이 평민과 달라요. 빨리 붙잡으세요 ㅋㅋ
  • 쿨짹 2008/11/19 04:16 #

    흐 부잔건 모르겠는데 평민안목은 아니죠... ㅡㅡ;; 그래서 선물 사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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