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무리해서 갈 필요가 있을까? Thoughts

(글 들어가기 전에 - 이 글은 밴쿠버 한인 주간지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입니다.  캐나다 이민자/시민권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한국에 계시는 분들께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부터 미국이라는 나라는 로망이었다. 아마 나만 그랬던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 아빠 친구분 딸이 미국에서 잠깐 한국에 방문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한국계 미국인 미셸 언니는 이제 막 스탠포드 의대 (pre-med)에 입학한 수재였다. 음악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여 바이올린도 수준급으로 연주할 줄 안다고 했고, 성격도 활발하고 인상도 너무 좋았다. 중 2 수준의 짧은 영어로 간간히 나눈 대화에서 난 그녀가 나중에 공부를 마치면 열대 병 (tropical diseases)과 AIDS를 치료법을 발견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했다. 그때부터 스탠포드는 내 로망이었다. 서부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바로 그 학교 말이다.

11학년 때 캐나다를 와서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대학입시철이었는데 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아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대학입시철의 반이 지나있었다. 막상 준비하려니 뭔 서류들을 그렇게 많이 원하던지. 난 그렇게 얼떨결에 캐나다에 있는 두 대학에 지원했고 그 중 한 곳을 갔다.

그 후로 미국 학교에 대한 로망이 없어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경험한 캐나다 대학의 교육 수준은 결코 미국의 웬만한 대학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미국학교로 대학원을 진학했고, 그 곳에서 MIT, UC 버클리, 스탠포드, 프린스톤 등 소위 얘기하는 미국의 명문대학 학사 출신들의 친구들을 만났다. 물론 비상한 두뇌를 가진 친구들도 많았다만 대학원을 다니는 데 있어서 내가 절대로 그들에게 뒤쳐진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다.

극히 주관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고 또 분야마다 학과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건 캐나다의 종합대학들은 결코 미국의 대학들에 비해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몇몇 초명문 대학들은 졸업생들을 통한 인맥, 학연이 더 강할 수 있겠고, 또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고 있어 연구시설이나 도서관 등의 시설과 펀딩이 더 좋겠지만 대부분 공립인 캐나다 대학보다 특별히 더 좋다고 보진 않는다.

이런 결론은 World’s 100 Top University List에서도 볼 수 있다.

그 리스트를 보면 맥길 (20위), UBC (34위)와 토론토 대학 (41위)을 50위 권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순위는 서울대(50위)나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Dartmouth College (54위)보다 높은 수준이며, 아이비리그인 브라운(27위), UCLA(30위), UC버클리(36위), 뉴욕대 (NYU, 40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떻게 보면 난 참 운이 좋아서 내가 학사 과정을 밟는 4년 동안 등록금인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두 배 정도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유학생으로서 내야하는 등록금에 비하면 (특히 사립학교 등록금) 여전히 저렴하다.

물론 이유야 어떻든 간에 뭔가에 꽂혀서 브라운 대에 대한 로망이 있다던가 뉴욕대에 대한 로망이 있어 꼭 그곳으로 진학해야한다면 당연히 갈 수도 있겠지만 단지 브랜드가 더 좋다고 생각해서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미국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위한 카운터 의견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Early Admission 시즌은 벌써 끝났겠고 Regular Admissions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한창 분주할 시기다. 시간은 조금 촉박하더라도, 너무 한 요소에만 치우쳐서 어느 대학을 지원하고 진학할 지 결정하지 말기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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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emilla 2008/12/17 07:06 # 답글

    학부는 사실 어딜 가든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본인의 의지가 더 중요하지...
    어느 학교를 가느냐는 대학원 레벨에서 더 중요하고.. 그 때도 브랜드보다는 공부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느냐가 더 중요하고...
  • 하느니삽 2008/12/17 08:40 # 답글

    저도 직업특성상 HYP, Wharton, Stanford 등 미국 학부/MBA 출신들과 일을 많이 해봤는데, 국내대학 출신과 비교해봤을 때 출신학교별로 능력차이가 난다기 보다는 개인별 고유(?)능력 차이가 큰 것 같아요.
  • 은혈의륜 2008/12/18 21:36 # 답글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 살거라면 대학 간판을 보고 들어가는게 은근히 중요한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가 미국에서 아예 병맛쩌는 학교도 아니고 어느정도 인지도 있는 학교인데 한국에서는 듣보잡 지잡대 취급을 받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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