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학원을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조금 지났다. 여전히 일과 학교를 발란스하기란 쉽지 않지만 또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전에 친구 일주일에 서너번 만나던 거 한번으로 줄이고 퇴근 후 밥 먹고 좀 쉬다가 밤에 운동가는 것도 스터디 그룹이나, 이브닝 세미나나, 아니면 프로젝트 그룹 미팅이 있는 날은 못간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TV를 보거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저녁 때 글쓰기 등 취미생활을 한다던가 그럴 시간은 없다. 뭔가를 읽을 때는 꼭 학교에 관련 된 것들로 읽게 되고 인터넷에서 찾던 뉴스들도 연예 생활분야에서 경제 사회로 옮겨졌다. 어쩌면 드디어 어른이 되는 기분...
세상돌아가는 걸 배우는 건 재미있다. 어떤 사람들이 뭘로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 아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금융쪽을 보니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감히 엔지니어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연봉들. 뼛속까지 엔지니어인 나는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소위 막말로 남의 돈으로 돈버는 사람들인데 별로 사회적으로 봤을 때 생산성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그들이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반친구들의 배경을 보면 참 가지가지이다. 물론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엔지니어링 배경을 갖고 있지만 그외에 정치, 마케팅, 순수과학, 체육,의학이나 약학등등의 배경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이들과의 교류는 지난 십 수년동안 엔지니어들만 주로 상대해온 나에게 참 신선하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서로 보는 관점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같이 공부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하게 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들면 이렇다. 나는 우리과 정원 60명 중 12명이 속해있는 롭슨스퀘어 스터디그룹의 멤버이다. 그렇다고 매주 12명이 다 만나는 건 아니고 보통 자주 보게 되는 대여섯이 있는데 그 중에서 금융계열에 일하는 친구가 둘이고, 지질학 배경이 하나, 부동산 계발쪽에서 일하는 친구 하나, 그리고 마지막이 엔지니어인 나다. 파이낸스 과제를 같이 하기 위해 만나는 날 그 미팅의 리드를 잡는 건 나다. 왜냐하면 내가 숫자에 가장 밝기 때문이다. 금융쪽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어떻냐고? 그들은 엔지니어만큼 숫자에 밝지 않더라. 물론 개개인의 차이이지만. 문제를 읽고 그 문제를 공식으로 풀어내 답을 얻어내는 건 나다. 엑셀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사용할 줄 아는 것도 나이고. 하지만 서술형 문제가 나오면 난 별로 할 말이 없다. 난 문제를 읽고서 조금 생각한 뒤, 답이라고 생각하는 한 두 문장을 그룹 친구들과 나눈다. 그걸 듣고 금융계열 친구들은 훌륭한 두 문단을 만들어 낸다. 내 생각엔 내가 실질적인 답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서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뭐 그렇지도 않다. 난 그들과 내 산수 실력을 나누고 그들은 나와 그들의 말발을 나누는 거니까.
이렇게 한 이 년 정도 공부하고 나면, 그들만큼은 아니라도 (왜냐하면 그들도 앞으로 이 년 더 열심히 블라블라~할 테니까) 말발이 조금 설 거 같긴 하다. 경영학을 공부한다는 건 학문 그 자체의 중요성도 있지만 바로 이런 경험을 통한 배움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말년 학생인 난 이 기회를 최고로 누리려는 계획이다. 되도록이면 무리가 없는 선에서 모든 소셜, 세미나, 미팅에 참여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할거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기회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고 기회를 포착하게 되면 언제나 잡을 준비가 되어야겠다. 뭐 꼭 미래의 또다른 기획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되는 기회는 좀처럼 쉽게 주어지지 않으니 30대 초반의 나는 이 학창 시절을 100% 즐기려 한다.


덧글
꽃은고마워 2009/03/04 04:36 # 답글
그렇죠. 전공이 뭐였는냐에 따라서 보는 관점이 참 다르더라구요. 공부에 욕심과 재미를 가지시는 것 같아 보는 저도 기분이 좋군요:)그리고 저도 동감해요. 학교 다닐 땐, 아무래도 자기가 읽고싶은건 못 읽게되죠.. 아무래도 시간이 없으니까.. 전 직장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녀서 그 맘 이해해요. 전 신입생 땐 그게 참 딜레마이기도 했어요.
갓 대학왔으니, 읽고싶고 알고싶은 것들이 많아 읽고싶은 책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읽고싶은걸 읽으면, 공부하는데 필요한건 못 읽게되니.. 개인적인 책을 읽을 시간은 아예 없더군요. 그래서 속상했지만, 지나고보니 그것도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닌것 같습니다.
지나다 들려서 기분좋아지는글 읽고가네요. :)
혈견화 2009/03/04 04:43 # 답글
MBA... I will take MBA in 2015. I hope it's not too late.
Semilla 2009/03/04 06:20 # 답글
재미있어보여요~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서 저는 학교를 못 떠나는 건지도....
택씨 2009/03/04 10:11 # 답글
경영하는 사람들은 답을 구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두리뭉실하게 관련된 것을 그냥 나열한다는 느낌으로 문제에 접근하더군요.
2009/03/31 16:11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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