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많이 버는 건 절대로 아니다... 벗 나이 또래에 비해 모자라지 않게 벌고 있는 건 아마도 옳을 거다.
어렸을 때부터 '분수에 맞는 삶'을 교육받아왔던 나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하루 걸러 한 번 별다방에서 비싼 커피를 사마시는 게 내 분수에 안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무실에 (맛은 좀 덜하지만) 공짜 커피가 있으니까.
그래도 통이 많이 커져서는 L렌즈도 질러주고 지금은 맛탱이가 완전 간 맥북이도 한 대 거늘고 있었다만 내 소비 패턴은 사실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대학시절 때부터 말이다.
내게 신용카드는 포인트를 얻기 위해 쓰는 것일뿐 절대로 신용을 써서 없는 돈을 쓰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그러한 철학의 소유자이기에 솔직히 난 학생들이 (나같이 나이 먹은 학생들 말고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해 대학교에 다니는 별 벌이가 없는 학생들 말이다) 부모님이 주신 신용카드로 뭔가를 긁는다는 컨셉은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물론 매달 "개똥아 너의 용돈은 20만원 - 뭐 요즘은 대학생 용돈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ㅡㅡ;; - 이니 그 한도 안에서 밥값이나 차비를 긁으려면 그렇게 하렴...' 하는 정도는 이해를 하지만
그 카드로 구두를 산다던지, 가방을 산다던지, 아이팟을 산다던지... 어쨌든 이해가 안된다.
핸드폰 비용도 그렇다. 난 한 달에 5만원 이상 나올까봐 벌벌 떠는데 10만원 15만원 이상씩 나오는 친구들... 음.. 내가 그 부모라면
당장 '네가 돈 벌어서 내던지 아니면 압수...'해버릴 거 같다.
신용카드가 있다고 해서 없는 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 이해가 안된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마음 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히 뭔가가 손에 들어오면 언젠가는 그 댓가를 지불해야함이 당연한 거 아닌가?
난 부자는 절대로 아니지만 부족함이 없이 살고있다. 그리고 별 다른 이변이 없는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 같다.
내가 이런 정도의 자신감으로 감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난 다음과 같은 철학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1. 절대로 없는 돈은 쓰지 않는다. (물론 학자금 모기지 등등은 좀 다르지만 그것 또한 분수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야한다)
절대로 내 수중에 없는 돈은 쓰면 안되는 게 물론 학자금 융자 집융자 등등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자산상황을 파악하고 분수에 맞게 상환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야하는 게 아닐까.
2. 분수 밖의 것은 탐하지 않는다.
나도 사고 싶다면 일년에 명품 가방 신발 대여섯개는 살 수 있을 거다. 그냥 조금 덜 먹고 저축 좀 덜 하고 그럼 되는 거지.
하지만 과연 내가 꼭 그 샤넬 가방이 필요한 것일까? 그 가방을 가진다고 해서 내 꾸질꾸질한 공순이 차림이 업글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삼성가의 자제분이라 옷장 속에 며덕 (몇억 ㅡㅡ;;) 씩 쌓아두고 쓰면 모를까 내가 벌어 내가 쓰는 이 상황에서 그런 아이템들은 사실 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종종 이쁜 아이들이 있기도 하고 그래서 분수에 안맞게 명품관을 들락날락 하기도 한다. 물론 살 생각은 거의 없고 - 한 2% 정도 - 그냥 시장조사 한다는 셈으로 다닌다.)
하지만 내 비싼 렌즈들은 멋지게 사재꼈다. 왜 그랬냐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결과, 내 수입에 사진과 예술을 좋아하고, 괜찮은 가격에 구입하면 취미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나중에 좀 덜 공순이적인 일을 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될 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내 분수는 내가 정하는 거지. 가방은 안되고 카메라는 괜찮다... 좀 위선적인 '분수'일지도 모르겠다.
3. (돈이) 생겨도 (돈이) 없을 때처럼 쓴다.
물론 아주 없을 때처럼은 아니고 가난할 때처럼... 쓴다는 얘기다. 내가 금전적으로 독립을 하게 된 건 대학원생이 되고서였다. 등록금커버에 코딱지만큼 나오는 생활비로 아껴가며 뭐 나름 괜찮게 살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벌이가 많이 나아졌지만 쓰는 건 별로 다르지 않다. 난 여전히 세일하는 물품들 주위를 들락거리고 별로 비싸지 않은 구두들을 사모은다. 단지 예전엔 GAP을 들락날락했었다면 지금은 Banana Republic이라는 정도? (그대신 시간이 별로 없어 가서 뭘 사오게 되는 빈도수가 줄었다.)
4. 갖고싶고 하고싶고 먹고싶은 것들 중 가장 원하는 것들만 행한다.
아무리 재벌이 되어도 갖고 싶은 걸 다 갖고 다 먹고 다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또 그렇게 되면 삶이 재미 없을 거 같다 (어쩌면 그렇게 못하는 나의 변명일지도).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것들 몇을 선택해보자. 선택한 아이템들은 1번과 2번 철학을 만족시키는 아이템들이어야한다. 내 분수에 맞는 것인지 내가 구입할 수 있는지, 만약 분수에도 맞고 구입할 수도 있는 것들이라면 당당하게 자신에게 선물로 주는 거다. 난 그렇게 결정해서 그 당시 좀 무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라이프북 P시리즈를 구입했었다.
그렇다고 너무 쪼들려 살 필요도 없다. 별다방 커피도 좀 마셔주고 종종 비싼 병에 든 탄산수도 마셔주고 필요는 없지만 있으면 좋을 거 같은 - 그리고 간지도 나는 - 아이폰 같은 것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1. 지금 통장에 있는 돈으로 계산이 되는가. 2. 내 분수에 맞는가. 를 확인하자. 단지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단지 남에게 쿨하게/있어 보이고 싶어서, 단지 남들이 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의 지름은 삼가하자...
돈 걱정... 등 따시고 배부르고 벌거벗지 않았으면 사실 마음 먹기에 달린 거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지금 하고 있는 돈 걱정... 쓸데 없는 것일지도 몰라.
돈이 어떤 모티베이션이 된다면 모르지만 돈 때문에 삶이 어둡고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마음 가짐을 좀 달리해보는 건 어떨까.
좀 덜 원하고 덜 갖아도 그대들의 행복에는 별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 돈돈돈 얘기니까 지름 밸리로...


덧글
시드 2009/03/12 07:24 # 답글
사진기가 공돌이랑 다르게 에술적인 일이라고 생각햇엇는데 어느새 MTF 그래프를 보고 image processing opencourseware에서 다운받아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는 순간... 에혀 -.-;;
쿨짹 2009/03/13 06:11 #
음 뭐 공돌/공순이들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ㅡㅡ
양파 2009/03/12 07:36 # 답글
아 저랑 거의 비슷하세요 +_+ 확실히 좀 성격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전 크레딧 카드 개념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거든요. 저에게 크레딧 카드는 '쉽게 지불할 수 있는 카드'라서 돈 넣어놓고 써요 ㅋㅋ 체크 카드 생긴 후로는 거의 크레딧 카드 쓸 일도 없어요. 돈 더 벌어도 씀씀이 비슷한 것도 역시 ^^*
쿨짹 2009/03/13 06:12 #
ㅋㅋ 근데 체크카드는 포인트가 안모이거덩요.. 작년에 모인 포인트 현금으로 $240불 받았어요. ㅋ
너구리 2009/03/12 07:38 # 답글
돈에 있어선 저도 좀 빡빡한 편이에요. 한국에서 대학다닐땐 수학과외로 웬만한 직장인 정도는 벌었는데도, 학생신분에 무슨.. 이러면서 어지간한 여대생이라면 작은거라도 하나쯤은 장만한다는 코치 핸드백도 없었네요. 그러면서 두달 배낭여행은 막 돌아다니고.. 회사 다니면서도 회사 친구가 백화점에서 화장품사러 간다고 따라가서는 촌스럽게 에스떼 로더 나잇리페어 크림 가격표 보고 "이거 화학적으로는 에뛰드나 똑같은데.." 뭐 이랬더라능.. ㅡㅡ; 그렇게 3년 모은거 지금은 공부한답시고 홀랑 다 써버리고 부모님한테 돈 받아서 쓰는 처지에요.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쓰기도 하고, 그동안의 소비패턴이 궁상맞아서 딱히 불편한거 별로 없긴 한데, 서른 훌쩍 넘어서 지금 제 모습을 돌아보니 나에 맞는 우아함이나 세련된 취향 이런걸 갖추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좀 있어요. 요즘엔 (돈 한푼 못버는 주제에) 적당한 수준의 사치는 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쿨짹 2009/03/13 06:13 #
뭐 저도 뭐 비슷한데 말이죠. 흐...저도 절대로 우아하거나 세련되지 않았죠. ㅡㅡ;;
다행히 dam군을 만나서 싱글은 아니지만... 너구리님은 날씬하시고 귀여우시고 똑똑하시니 곧 눈 똑바로 된 남자분을 만나시면 해피한 연애를 하게 되실 거에용. :)
친한척 2009/03/12 07:49 # 답글
뭐에 쓸지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고, 말초신경이 아니라 뇌가 돈을 쓰고 있다는 것만 확실히 하면 괜찮은 것 같아요. (죄송;; 비유가 좀 원색적인가요)
쿨짹 2009/03/13 06:13 #
흐 글세요. ㅋ 제 말초신경은 넘 둔해서 ㅋ
ydhoney 2009/03/12 07:57 # 답글
전 지금도 쪼들리게 살아요. 흐흐~
쿨짹 2009/03/13 06:14 #
ㅋㅋ 좀 쪼들리는 건 갠찬켔져..
Tag 2009/03/12 08:28 # 답글
제대로 정답들...딱 내가 이렇게 사는 중...ㅋ
쿨짹 2009/03/13 06:14 #
넌 카메라가.. 그게 얼마냐 ㅋㅋㅋㅋ ㅎㅎㅎ
Tag 2009/03/13 06:55 #
누나 렌즈 두 개 합친 값이거든요. 그리고, 이건 나의 오랜 숙원사업이자네. ㅋㅋㅋ
올비 2009/03/12 08:34 # 답글
저랑 정말 비슷하셔요 ^^ 왠지모를 위안감~쿨짹님이 지적하신 사례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저나 쿨짹님 같은 사람을 이해 못하곤 하니까요;
쿨짹 2009/03/13 06:14 #
ㅋㅋㅋ 다행이에요. 제가 위안감도 드릴 수 있고...
푸무클 2009/03/12 08:56 # 삭제 답글
처녀적엔 참.. 돈 잘 썼었더랬어요;그 땐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내가 결혼 전엔 참.. 돈 많이 쓰고 살았구나 싶더라구요..ㅎㅎ;
지금은 한푼이 아까워서 사고파도 며칠씩 고민하고 그러는데..
여튼.. 쿨짹님..알뜰하세용. ^^
누가 데려갈지.. 복받았음둥~~
쿨짹 2009/03/13 06:15 #
흐 dam군이 그걸 알려나 모르겠네요... ㅋㅋ (그러다 안데려가주면 대략 낭패 ㅎㅎ)
sG 2009/03/12 09:00 # 답글
마음이 가난해야한다는 듯 합니다.
쿨짹 2009/03/13 06:18 #
주머니는 좀 가난해도 마음이 풍요로움 되는 걸까요?
하느니삽 2009/03/12 09:08 # 답글
저는 대학교 때부터 집에서 용돈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학기 중에는 알바 살살하고 방학 때 알바 쎄게 하니까 먹고 살만하더군요.
쿨짹 2009/03/13 06:19 #
흐 ㅋㅋ 그렇죠.... 전 알바는 거의 안했는데 좀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근데 여기 공대가 좀 빡세서 같은 반 친구 중에 알바하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는 ㅡㅡ;;
furor 2009/03/12 09:41 # 답글
지름에도 원칙이 있어야죠. 많이들 그 사실을 잊는 것 같습니다.알뜰하시네요.
쿨짹 2009/03/13 06:19 #
:) 감사합니다.
빙그레 2009/03/12 09:48 # 삭제 답글
공감가는 글이네요^^소비에 대해 원칙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야 말고 제대로 돈을 쓸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쿨짹님이야 말로 제대로 돈을 쓸줄 아시는 사람이군요!
쿨짹 2009/03/13 06:20 #
ㅎㅎ 좀 더 있으면 좀 더 잘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해요 ㅋ
하늘처럼™ 2009/03/12 10:13 # 답글
멋진 철학을 갖고 계세요..길거리를 지나는 어린 학생들이 명품을 들고 있으면 의문 스러웠어요..
과연 저들은 부잣집 자제들이라 당연하게 들고 있는 것인지..
카드로 사는게 절대 공짜가 아닌데 말이지요..
내 재정으로 지금 그게 가능한가를 열심히 고민해야 하는데 말이예요..
마음은 여유롭되.. 지갑에서 나가는 것은 좀 챙겨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명품 가방, 신발 이런거 다 살 수 있는데...
(딱히 사용하지 않으면서..)사고 싶은대로 다 사기엔 아깝단 말이지요.. ㅎㅎ
쿨짹 2009/03/13 06:20 #
마자요. ㅋㅋ특히 요즘 유행하는 40마논짜리 청바지들... 음.. 그런거 고딩들이 어떻게 입는지 넘 궁금해요.
택씨 2009/03/12 10:19 # 답글
돈쓰는 생활수준은 열역학 2법칙 같아서 다시 수준을 줄여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좀 절약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최선인 듯....
쿨짹 2009/03/13 06:20 #
네... 늘일 때는 천천히 늘이고 말이죠.
조제 2009/03/12 10:30 # 답글
3번은 제가 좀 배워야 할 덕목...어째서인지 경제가 안 좋아진다는 뉴스가 나올 수록 저 개인에게는 왜 그렇게 필요한 게 많아졌는지(특히 화장품)...그래서 내린 결론은 저는 무언가를 지르는 거 자체와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것. ㅠㅠ
없을 때처럼 써야겠습니다, 예.
다행인 건 명품 예쁜지도 모르고 그럴 돈도 없네요 ㅎㅎ
쿨짹 2009/03/13 06:21 #
맘을 비우면 좀 편해지는 거 같아요. ㅎㅎ
그라드 2009/03/12 11:19 # 답글
저랑 돈에 대한 철학의 거의 같으시네요 ㅎㅎ설마 이게 공돌이의 공통점은 아니겠죠;;;
쿨짹 2009/03/13 06:21 #
어쩌면 공돌이가 아니라 실질주의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요.음... 공돌/공순이 중에 실질주의자들이 많기는 하지만요. :)
자그니 2009/03/12 11:50 # 답글
조금 벌었던 돈 대학원에 다 쏟아붓고 나머지 모자란 것은 학자금 대출 받아서 졸업하고 나니... 당장 할일이 없습니다...OTZ
쿨짹 2009/03/13 06:21 #
ㅠㅜ 안타깝네요.
goodboys 2009/03/12 18:14 # 답글
저도 머 열심히 벌고 열심히 쓰고 있지만 .. 역시 돈이란 족쇄처럼 느껴지는 것 같네요.
쿨짹 2009/03/13 06:22 #
ㅎㅎ 열심히 벌어서 좀 덜 열심히 쓰면 좀 덜 족쇄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미타민 2009/03/13 00:25 # 답글
멋지시군요. 저는 '없어서' 못쓰고 있지만 나중에 돈 좀 벌면 본받고 싶은 글입니다.
쿨짹 2009/03/13 06:22 #
:) 감사합니다.
2009/03/13 03:2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쿨짹 2009/03/13 06:22 #
-_- 전 아마 참가 안하게 될 거 같아요.
2009/03/13 05: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쿨짹 2009/03/13 06:22 #
흙 전 담주말까지는 좀 힘들 거 같은데 말이죠. ㅠㅜ 그넘의 핵교 땜시..
ㅉㅉㅉ 2009/03/19 08:27 # 삭제 답글
서민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