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물론 개인별로 차이가 많이 나지만...)
난 너무 어렸을 때 이민을 가거나 (그래서 특히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것) 유학을 가는 건 반대다. 물론 내가 어려서 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솔직히 고 2 때 이민온 나는 조금 늦게 왔다는 걸 인정한다) 일단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어렸을 때는 난 가장 중요한 건 엄마 아빠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영어 교육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어떤가? 그때 이민온 아이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아니 아마도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게 더 쉬운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초등학생 때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보내는 부모님들은 아이가 자라서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한다. 물론 요즘의 밴쿠버나 토론토처럼 한국인 이민자들이 많은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모든 TV를 시청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세대에는 더욱 더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 훨씬 쉬워지기는 했다.
난 내가 이민이나 유학으로 가장 적당한 나이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바로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춘기로 감수성이 예민한데다 중학교 3학년이나 되어 이민이나 유학을 갔을 때 말(영어)도 제대로 못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사실 15년전의 내가 영어를 못한 상태로 캐나다에 살게 되었다는 걸 더 이상 실감할 수 없다. 아마도 많이 어려웠고 많이 외로웠겠지) 하지만 중3 고1 정도가 되면 어느 정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많이 완성되었을 시기이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경험하는 것 또 그에 익숙해지는 것도 덜 힘들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고2였던 해 9월에 우리 가족은 이민을 왔다. 내가 가장 이민/유학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고1과는 겨우 1년 차이인데 고1은 이상적이고 고2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한국의 새 학년은 3월에 시작하고 북미의 새 학년은 8월말 9월에 시작한다. 그리고 대학을 진학하게 되는 경우 보통 고등학교 졸업학년과 그 전학년의 내신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고2 고3, 미국으로 치자면 Junior and senior years이고 캐나다로 치자면 11-12학년이 되겠다. 고2 1학기를 마치고 이민을 간 나는 11학년 1학기 (그러니까 고2 1학기)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다른 옵션이 없었다. 한학기를 건너뛰고 12학년 1학기로 들어가기엔 완전한 11학년 성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2학년이 되면 1학기부터 대학에 지원할 준비를 해야하는데 토플도 봐야하고 그 전에 영어도 배워야하고 사실 거의 불가능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난 11학년 1학기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실질적으로는 반 친구들보다 6개월을 손해본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1년이 뒷쳐지게 되었다. (같은학년 친구들이 다 나보다 한해 어린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별거 어니었지만 그 1년이 컴플렉스로 다가왔던 때가 있었다.
내가 만약 고1때 이민을 갔더라면 아마도 똑같이 11학년으로 들어갔을 거다. 북미 학교의 고등학교 수학 과학 쪽의 교과정 내용은 한국보다 1학기에서 3학기 정도 늦춰졌다고 본다. 그래서 10학년 2학기를 건너뛴다고 해도 가장 문제인 영어나 사회과목들을 제외하면 따라잡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고2때와도 10학년으로 낮춰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영어 때문이다.
난 이민을 너무 늦게 와서 한학년을 낮춰서 학교 들어가는 건 무조건 반대다. 만약에 11, 12학년을 다 마치고 대학에 가야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면 12학년을 한번 더 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 적어도 캐나다에서는 - 12학년을 마치고도 2년 정도는 필요에 의해 고등학교 생활을 더 할 수가 있다.) 아니면 커뮤니티 컬리지에 들어가 좀 더 보강하는 수도 있다. 어쨌든 학년을 낮추어 학교에 들어가는 건 전혀 반대다.
어쨌든 이거야 내 생각이고...
정답은 없다.
난 나름대로 늦게 이민와서 그래도 제때 정착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 미아일 수 밖에 없는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 이민얘기니 세계 밸리로...
+ 사진은 비지니스위크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4번째 도시(이면서 영어 쓰는 도시로는 1위..) 인 밴쿠버의 사진이다. 근데 ㅡㅡ 사실 좀 그르네... 밴쿠버... 음...


덧글
Semilla 2009/04/30 08:09 # 답글
제가 딱 고1때 한국을 떠났는데..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결과물이 되어버렸지요..정말 부모님들은 각오해야 돼요... 자녀와 세대 차이만이 아니라 문화 차이까지 생겨버리는것...
쿨짹 2009/04/30 08:42 #
그렇죠. 전 특히 이민가서 자녀들이 한국인인 상대방을 만나 결혼하길 바라시는 부모님들은 넘 욕심이 과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죠. 한국 사람들로 꽉찬 한국에서도 짝을 만나기 어려운데, 외국에 나가서 인구의 99%를 제외한 나머지 1%안에서 짝을 찾기를 바란다면... 오마갓...다행히도 저희 부모님께서는 그런 욕심은 버리신지 오래 되셨답니다. ㅋㅋ
Vm- 2009/04/30 08:34 # 답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 이민을 가면 영어가 또다른 모국어가 될 수 있습니다.말하자면 윈도우즈와 리눅스를 동시에 깔리는...
그러나 그 시기가 넘어가면 영어는 어디까지나 응용프로그램입니다.
그래도 10대에 깔린 응용 프로그램은 덜 버벅거리겠죠..ㅋ
정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쿨짹 2009/04/30 08:40 #
그렇게 영어가 모국어가 되면 한국어는 모국어가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더 늦게 온다고 해도 영어가 꼭 응용프로그램 정도로만 된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일에 관련된 건 맞아 죽어도 한국어로 할 수 없습니다. 꿈도 2개국어로 쓰죠.너무 어릴 때 오면 아주 쉬운 일상대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전 대부분의 사람들의 언어 능력에는 제한된 카파시티가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물론 일반인들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80-120 정도의차이는 있겠습니다만, 한국어도 100으로 하고 영어도 100으로 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정의에는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개 이상의 언어로 어떤 토픽이라도 성인 수준의 어휘와 표현으로 토론할 수 있는 정도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Vm- 2009/04/30 11:10 #
언어습득을 OS 설치에 비유하려는 욕심 때문에 말을 이상하게 써버렸네요.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춘기가 지나면 외국어는 '습득'하는 게 아니라 '학습'하는 게 되어버린다는.. 뭐 그런 말이었어요..
2009/04/30 08:3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쿨짹 2009/04/30 08:44 #
ㅋㅋ 어렵죠. 에구... 요즘 몸은 좀 어때요?나 다음에 만나면 말 놓으려구요. ㅋㅋ 각오하고 있어요.
올비 2009/04/30 08:58 # 답글
제가 작년에 미국 출장 갔을 때 현지에 계시던 분들과 같은 생각을 하시네요 ^^그 분들도 중3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하셨어요. 이유도 쿨짹님께서 언급하신 것과 거의 같아요.
쿨짹 2009/04/30 09:33 #
ㅎㅎ 저도 이분 저분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상담도 해드려보고... 오랜동안 생각을 해본 거거든요. 히히... 제 자신이 쫌 대견스러운데요. ㅋㅋ
Charlie 2009/04/30 09:02 # 답글
다들 1년만 일찍왔더라면...이라고 말하는걸 자주 봐서..(초등학교쪽은 어머니들이) 제일 이상적인 나이는 0살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들 '1년'을 말하는 만큼 1년정도는 적응하는 시기인듯 해요. 그러니까, 거꾸로 말하면 어느시기든 늦은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그래도 고등학교정도..?)
쿨짹 2009/04/30 09:31 #
글세요. 제 동생은 중3때 왔는데 더 일찍 왔더라면.. 하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초등학교 때 온 친구들 중 "흥부 놀부" 를 모르는 친구가 있었는데... 왠지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
2009/04/30 09:0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쿨짹 2009/04/30 09:34 #
장문의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 물론 저도 저와 다른 관점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죠. 대학교 때나 대학원 때 와서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면 다르겠지만 그때 오신 분들은 정말 영어 때문에 많이 고생하시는 것 같더군요.그리고 전 조기유학은 정말 반대인 입장이에요. 어렸을 때 단지 교육 때문이라는 목적으로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야한다는 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제 다소 냉정한 관점으로는 이민와서 사춘기의 방황을 징하게 격는 친구들은 유학/이민 오지 않고서도 한국에서 사춘기의 방황을 많이 했을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민/유학 때문이 아니고 그냥 그게 그 친구들의 사춘기이고 성장통이란 말씀이라면 좀 건방질까요. :)
쿨닉 2009/04/30 09:40 # 답글
전 제가 중학교 3학년때 이민을 갔는데 적당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양 국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춘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이민이라는 특수한 상황때문인지 없이 지났습니다. 이민을 고려 하시는 분들에게 말씀 드리지만 아이들이 너무 어릴때 가는건 나중에 그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때 부모님과의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늘처럼™ 2009/04/30 09:51 # 답글
음.. 모국가에 대한 인지가 없는 상태에서 가는건 저도 별로라 생각해요..그게 아이들에게 좀더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2009/04/30 11:0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시드 2009/04/30 11:19 # 답글
저도 고1때 왔는데요.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가 4년제라서 10학년으로 들어가면 한학년을 버리게 되죠. 거기서 또 ESL 듣고 그러면 .. 고1때 와서 9학년으로 낮춰 들어가는게 가장 이상적인듯 싶습니다
sG 2009/04/30 12:09 # 답글
전 초6 졸업 때리기 딱 3달 전인가 왔는데 제가 육체연령이 이제 한국 나이로 25이거등요, 정신연령이 15라 난 15살이라고 막 우기고 댕기긴 하는데근데 전 한국말이나 영어나 그게 그거인 것 같네요 그냥 일반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bilingual처럼 살고 있음☆
중학교 때 왔더라면 영어 쪽이 쪼끔 후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한국어 구사 수준이 쫌 된다면 초딩 고학년 때 정도 와도 한국말을 까먹고 그러진 않는 것 같은데..
나무 2009/04/30 12:39 # 삭제 답글
정답은 없지만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생각이 격하게 듭니다.컨디션은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내가 아파 누워 있어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더라고요.
아프면 나만 손해랍니다.
무대뽀 중에 가장 좋은 건 무대뽀로 건강하게 사는 것.
clair 2009/04/30 13:55 # 답글
아 공감가요.사실 너무 일찍 오면 좀 아깝다는 생각 들죠. 한국과 외국의 문화를 골고루 습득하고,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유학의 이점일텐데, 조기 유학은 그런 이점을 놓치니..
yama 2009/04/30 15:30 # 답글
다 나이 들어서 이 곳에 온 저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 이긴 하지만!어쨌든 문제는 영어! (응?)
너구리 2009/04/30 17:50 # 답글
교육때문이라는 이민자 분들 좀 계시지만, 서른 넘어 유학온 저로서는 한국에서 18년간 받았던 교육의 수준이 영국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물론 초,중,고는 당연히 주입식 교육 받았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해야 하는 스케줄이었지만,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주입식 교육을 꼭 나쁘게만 볼건 아닌 듯 합니다. 좋든 싫든 일단 머리속에 꾸겨넣은 지식의 양이 월등히 많은데다가, 그런 식의 교육이 꼭 창의력을 저해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창의력은 타고 나는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그럼에도 언어문제는.. 장애인이지요. ㅡㅡ; 전 아마 여기서 십수년을 더 살더라도 정도는 나아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장애인 수준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아요. ㅜㅜ
나눔 2009/04/30 19:20 # 삭제 답글
가난한 나라로 이민 가는 것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쿨짹 2009/05/01 00:57 #
그럼요. 근데 제 경험이 캐나다 이민에 한정되어 있어서요. :)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2009/07/24 11:5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럭키 2009/09/01 05:4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94년생 한국나이로 16살,,중3으로 2개월을 다니고 캐나다로 이민 온 학생입니다..
제가 원칙대로 라면 여기서 고1이 되어야하는데요...
고1,,세계어디든 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곳이죠..
그런 곳에서 말도 잘통하지않고 첨부터 어려움을 겪을까봐 꽤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9학년으로 낮춰서 1년적응기를 키우려고하는데요..
물론 9학년이 되면 고민은 해결되지만 만약 되지 않을 시에는
전 그대로 10학년입니다..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될까봐 고민인데..성적도 첨부터 잘내고 싶은데 말도 잘 안통하구요..
지금 10학년이 된 상태로 시작하면 잘 될까요??
지금 이 나이에 온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