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Thoughts

주말 내내 집을 보러 다녔다. 내 집은 아니고 친구 집을 말이다. 사실 집이라고 얘기하면 거창하고 콘도라는 게 더 옳겠다. 어쨌든 처음으로 홈오너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그 친구와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에이전트를 따라 주말 내내 집구경을 다녔다.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얼마전에 에이전트가 되었다는 그녀는 그 일을 너무나 좋아하는듯했다. 알고보니 부모님께서 오카나간 지역에서 부동산에 관련되는 일을 하신다고 했고 본인도 지난 10년 이상 집을 사고팔기를 해오다가 몇 달 전에 전직으로 바꿀 결심을 했다고 했다. 밴쿠버 다운타운 전문가인 그녀를 만나게 된 건 토요일 오후였다. 한 15 분 정도 대화를 나눌 생각으로 들어간 나와 내 친구 둘은 그 후 세 시간을 잡혀서 다운타운의 시세에 대해 들었다. 다행히도 내가 흥미로워하는 토픽이라 나는 시간가는 줄을 몰랐지만 집 사는 친구 본인뿐만 아니라 괜히 따라온 다른 친구는 주리를 비틀며 고생스러워했다.

세 시간이 지나서 해방된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불평을 나눴지만 나는 그래도 좋았다.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 우리 셋은 다시 그녀를 만나기로 했고, 그녀가 약속해둔 20개 정도의 콘도를 4시간에 걸쳐 순회했다. 얼마나 자세히 각각 건물에 대해 얘기해주는지 내가 다 미안했다. 그녀의 열성은 매물 나온 유닛이 하나도 없는 한 건물 앞에 주차를 하면서 증명되었다. 바로 그녀가 사는 건물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살고 있는 신혼집을 구경시켜 주면서 이 건물의 구도가 정말 좋은데 매물이 자주 나오지 않고 나와도 금방금방 사라지니 다음에 또 매물이 나오면 연락해주겠다는 그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와 그렇게 10시간을 이틀에 걸쳐 보내고 난 뒤, 집을 사겠다는 친구는 그 중 한 콘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오퍼를 넣기로 했다. 그녀의 열성과 성실함으로 내 친구는 이틀만에 구입하고 싶은 집을 찾게 된 것이었다.

물론 이게 다 그녀의 덕은 아닐 거다. 내가 알기로 이 친구는 작년부터 집을 사려고 여러 군데를 돌아봤고, 그의 하우스헌팅 리서치에 종종 참여했기 때문에 이 친구가 웬만큼은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그녀와 같이 일을하면서 나도 한때는 저렇게 일에 열성적이지 않았었나 하는 기억이 나더라. 지금은 많이 그렇지 않지만.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던 일을 업으로 삼기로 한 용기가 있었던 것이었고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청춘인 것 같고.

주위를 보면 참으로 방황하고 있는 또래가 너무나 많다. 아마 우리 세대는 업에 실증을 낼만한 어쩌면 럭셔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세대가 태어난 70-80년대만 하더라도, 그당시 우리 또래였던 부모님들은 벌써 가정이 있었던데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집안 살림과 육아를 그리고 남편들은 일을 하는 그런 가족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내 초등학교 시절 때 기억을 되살려봐도, 우리 반에서 직장을 갖고 계신 어머니가 있는 친구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들은 어떤가. 대학을 나와서 취직 후 독립을 하고나서도 계속 싱글인 친구들이 많다. 보살필 가족이 없다는 건 자기 몸 하나만 처신 잘 하면 된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지루해지거나 하기 싫어지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서는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삶에서 뭔가가 부족한 것 같고, 노력하면 좀 더 채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이랄까?

집을 사려는 내 친구가 맘에 들었던 그 집을 사게 되었는지 아닌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며칠 동안 같이 일했던 에이전트 그녀는 나도 내가 저렇게 열성적일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하게 하더라.

전업을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에 내 콘도를 시장에 내놓게 된다면 나도 그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여기서 집을 사려는 친구는 dam군입니다.
+ 결국엔 그 집을 사게 될 거 같아요. 일단 오퍼가 받아들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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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2009/08/06 08:14 #

    기획자 없이 개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기획자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기획자가 개발을 하는 것이고, 개발자가 기획을 하는 것일 뿐이다. 원래 장인들은 기획과 개발을 따로 하지 않았다. 효율성이라는 것이 세상을 탐욕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하면서, 기획은 기획자가 개발은 개발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더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 끝에서는 버려진 열정의 시체가 산을 이룬...... more

덧글

  • 블루 2009/08/06 13:16 # 답글

    흠... 저도 그런 걸까요. =.=
  • 2009/08/06 17:41 # 답글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 ㅁ ;
  • ㆍㅅㆍ 2009/08/06 21:08 # 답글

    dam군님이라는게 의외의 반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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